
上無住庵 마당에서 바라보면 어머니 품 같은 반야봉도 보입니다.
오후 4시를 접어드니 금새 산그늘이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노애怒愛
사랑이란 것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의 성질은 윤택하고 아래로 내려간다.
오래되면 점점 스며들어 젖게 만든다.
성낸다는 것은 불과 같은 것이다.
불의 성질은 불꽃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번 일어나면 곧 찌는 듯 뜨거워진다.
그것으로 인유하여 기氣는 요란하게 되고 정신은 아득하게 되며 현기를 일으킨다.
심하면 안정眼睛이 벌겋게 열熱이 오르고 사지와 온몸이 떨린다.
경각頃刻에 기분과 마음이 변하고 옮겨, 미처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게 된다.
성낸 불길이 일어나기 쉽고 제어하기 어려운 것이다.
성내는 것은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에 보기 쉽고 알기 쉽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은 은미隱微하여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다.
성낸다는 것은 포학暴虐에 가깝기 때문에 뉘우치기 쉽고 고치기도 쉽다.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은 친화親和에 가깝기 때문에 잠깐 감염되면 점점 깊어진다.
인순因循하여 반성하지 않으면 오랠수록 더욱 미혹하게 된다.
사랑의 물에는 빠지기 쉽고 깨닫기는 어렵다.
버릇을 이루고 악업惡業을 만드는 것은 다 이것에 근본한다.
어떻게 그런 줄 아는가.
꿈의 환상은 평소 성내고 사랑하고 하는 생각으로부터 생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愛者水也 水性潤下 久漸浸漬 怒者火也 水性炎上 一發薰蒸 夫氣爲之擾亂
神爲之昏眩 甚則眼睛紅熱 肢體戰慄 頃刻遷變 未及商量者 怒火之易發難制
怒者有相 易見易知 愛者隱微 難見難知 怒者近於虐 易悔易改 愛者近於和
暫染漸染 因循不省 久益迷或者 愛水之易溺難悟 成習造業 皆本於此 何以知之
夢幻多從怒愛上做成
사랑한다, 성낸다 하는일이 가장 사람의 마음을 미혹하게 만들고 혼란하게 만든다.
성낸다는 것은 감정의 감작스런 폭발이다.
미처 화약에 불을 붙임과 같아서 앞뒤를 살필 겨를이 없게 된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마음의 급격한 변화이다.
그러므로 이 순간, 사람은 이성理性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전부터 분사난憤思難이니 인지위덕忍之爲德이니 하여 성내는 일을 매우 경계한다.
하지만 성낸다는 일은 언제나 갑자기 일어나게 마련이므로, 평소에 인간만사를 고요히
웃으며 생각할 수 있는, 여유 있고 초탈한 수양을 쌓은 이가 아니면 이것을 스스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렇게 순간적으로 일어난 폭발이기 때문에 그 순간이 지나가면
곧 평정을 회복할 수있고, 그러므로 후회도 하고 후회하게 되면 앞으로 고치게도 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와는 다르다.
사랑하는 감정은 봄바람처럼 따사롭고 정다우며 아편처럼 사람을 마취시킨다.
여기에 한번 빠지면 점점 깊어져 가게 마련이고 오래면 오랠수록 더욱더 깊이 빠져 들어간다.
마치 수렁에 빠진 발이 점점 깊은 데로 빨려 들어감과 같다.
사람의 애욕이 사람의 정신을 미혹 속으로 빠뜨리는 마력魔力은 성냄보다 몇 배나 더 크다.
인간은 이렇게 성내고 미워하며 또 사랑하곤 하는 일 때문에 숱한 죄업罪業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꿈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우리의 꿈이란, 평소의 성내는 일이며 사랑하는 일들이 환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걸국 살고 죽는 것은 긴 꿈이다.
이생에서 성내고 사랑하곤 하던 미혹이, 내세에서도 지금 우리가 꿈꾸듯 나타날 것이라고
경계한 말이다.
이런 옛 시가 있다.
봄이 스스로 찾아오면 맞이하고, 스스로 돌아가면 보낼 뿐이네.
흐리면 흐린 대로 게면 갠 대로 좋다, 무엇을 사랑하고 또 미워하랴.
春自往來人送迎 愛憎何事別陰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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