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등 /서안나

시치 2007. 3. 17. 00:22

등  

                                서 안 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


#

내 몸 뒤편,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나이고 싶은 날이 있죠. 나를 갈아엎고 싶은 그런 날이 가끔은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배후, 한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나와 한바탕 주먹다짐을 하고 싶은 그런^^^삶이란 게 사랑이란 게 그런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하루입니다.

출처: 라면은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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