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小滿 / 나희덕

시치 2007. 3. 17. 00:14
小滿 나희덕

   

  

    이만하면 세상 채울 만하다 싶은

    꼭 그런 때가 초록에게는 있다

 

    조금 빈 것도 같게

    조금 넘을 것도 같게

  

    초록이 찰랑찰랑 차오르고 나면

    내 마음의 그늘도

    꼭 이만하게 드리워지는 때

    초록의 물비늘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때

 

    小滿 지나

    넘치는 것은 어둠뿐이라는 듯

    이제 무성해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

    나무는 그늘로만 이야기하고

    그 어둔 말 아래 맥문동이 보랏빛 꽃을 피우고

 

    小滿 지나면 들리는 소리

    초록이 물비린내 풍기며 중얼거리는 소리

    누가 내 발등을 덮어다오

    이 부끄러운 발등을 좀 덮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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