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스크랩] 이근배 `지귀` 외

시치 2006. 10. 14. 01:06

지귀

 

산과 물을 다 흔들어 봐

나만큼한 사랑 있나

 

허드레 풀꽃만 줍는

청맹과니 눈으로는

 

가슴속 달은 못보고

히죽히죽 웃음만 보지

 

 

선덕은 나더러

밤에만 오라고 했다

 

밤에만 몰래 와서

몸의 불을 꺼달라 했다

 

살과 뼈 검정이 되어

나는 낮도 밤이었다

 

 

죽어서나 갖는 거

살아서는 못갖는 거

 

살아서도 죽어서도

불이 되어 만나고 있어

 

한세상 태우고 남을

해보다 큰 사랑

...................................

 

사뇌가

 

피는 꽃 보는 일도

내게는 왜 슬픔인가

 

눈 멀어 봄 놓치고

사랑도 다 놓치고

 

강물만 휑하니 돌아가는

제그림자도 놓치고

 

 

어젯밤 만삭이던 달

오늘 저 몰골 좀 봐

 

보름 날 밤 풀어헤친

저 산들 왜 휘철거려?

 

봄 한철 지나고 나면

둥치 째 뽑히는 울음

 

 

세상 건너는 길

어디 하나 뿐이겠나

 

그렇듯이 사랑도

외길만은 아닌 것을

 

불지펴 살 내리는 가슴

황사바람만 불고 있다

출처 : 홍사성의 불교사랑
글쓴이 : 사자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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