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다쳤다
창원 파티마병원에서 당장 수술을 종용하였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날짜 잡히는대로 보훈병원으로 왔다.
날짜를 보니 5월10일, 그러니까입원한지 달포가 지났다. 일주간의 예비단계를 거쳐 수술을 하고보니 상당한 시일을 두고 기다려야 하는 대수술임을 알겠다. 필사적인 생의 원천인 날개를 다쳤으니 그럴법도 하련만 애초 생각했던 수련의 범위를 넘기는 장기간의 고행이 필요한 지경이다
널따란 주차장엔 삼삼오오 산책하는 무리들이 붐비고 있다.
그들의 틈새를 걷다가 보니 전장에 온듯 분주하고 경쟁적이다
ㅇ완전무장을 한 역전의 용사는 적을 향해 내닫는다
전열을 정비하고 죽기살기로 내달리는 저 기상을 따라
덩달아 막무가내로 내달리다 보니 아이 숨차다.
고개를 들고 시선을 바꾸자 저기 저 위에 높다란 산책길에 누군가 한가롭게 걷고있구나
부랴부랴 길을 찾아 올라간 산책로를 따라가다보니 여기도 별천지, 잘 가꾸어진 보행로에 나 그만 감탄한다
아직은 덜자란 붉은 장미로 군대군데 운치를 더한 아주 그럴듯한 유토피아.....
중턱에 마련한 전망대에 오르니 누군가 먼저 와 전망하는 부산의 모퉁이 사상의 삘딩숲이 너무도 웅장하고 따스하다
부산의 역동적인 동서 고가도로가 눈 아래 보인다
감옥같은 병원생활 속 우울한 일상에서도 시선하나 바꾸면 이렇듯 전장이 됐다가
또 다시 아름다운 산책 또한 존재한다는, 아주
고상한 진리를 터득하는 이치가 있다.
나 참 신통하게,
날개를 리모델링하는 이치를----
"키울 수만 있다면,
너 하나 자랄 수 있으면 난
뒤집어져도 괜찮아"
애써 기다려 준 덕분에 너도 자라고 나 또한 시퍼렇게
하늘을 떠받치고 일어섰구나, 생이여
뿌리째 나딩굴어진 육신일망정 함부로 버릴수야 없는기라
나의 이 쓰러진 육신일망정, 물을 올려 너를 키울 수만 있다면 말이야,
나또한 일어설 수도 있는 ...
보라, 이렇게 버티다 보면 내 안에 또 다른 따스한 생이 깃들 수도 있다는 거
내가 그들의 따뜻한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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