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초야(初夜)/전영관

시치 2021. 4. 21. 14:46

초야(初夜)

.

새색시 고요하시다

고요히 누워 화장 받으신다

.

백분(白粉)보다 화사한 신식 분이

홍매화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

한 겹 두 겹

처음 입는 예복으로 친친 감아도

한 말씀 없던 새색시 수줍은 듯

발그레한 얼굴에 멱목*을 덮는다

.

캄캄하게 기다리던 새신랑

옷고름 푸느라 역정 낼지 모르는데

염(殮)장이 속도 없이 올차게

삼베 매듭짓는다

.

우리 할머니 오늘

뒷산에 꾸며놓은 신방살림 가신다

.

요령소리 앞세운 꽃상여 타고

산비둘기 기웃거리는

할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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