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야(初夜)
.
새색시 고요하시다
고요히 누워 화장 받으신다
.
백분(白粉)보다 화사한 신식 분이
홍매화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
한 겹 두 겹
처음 입는 예복으로 친친 감아도
한 말씀 없던 새색시 수줍은 듯
발그레한 얼굴에 멱목*을 덮는다
.
캄캄하게 기다리던 새신랑
옷고름 푸느라 역정 낼지 모르는데
염(殮)장이 속도 없이 올차게
삼베 매듭짓는다
.
우리 할머니 오늘
뒷산에 꾸며놓은 신방살림 가신다
.
요령소리 앞세운 꽃상여 타고
산비둘기 기웃거리는
할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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