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객관적인 아침 / 이장욱

시치 2019. 5. 21. 02:36



객관적인 아침 / 이장욱

나와 무관하게 당신이 깨어나고 

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 

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 

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 

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 

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 

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 

구름을 통과하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 

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 

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 

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 

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 

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 

희미한 풍경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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