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그가 지나갔다 / 이경림

시치 2019. 5. 21. 01:53


그가 지나갔다 / 이경림

 

 

 

그 여자가 동백나무 그늘의 끝을 막 지나가고 있을 때 

그가 지나갔다 

 

참새 몇 마리가 은행나무 이파리 사이에 숨어 뭐라 뭐라 떠들고 있을 때

그가 지나갔다 


은회색 승용차가 전속력으로 달려갈 때 

그가 지나갔다 


노란 원복을 입은 아이들이 줄지어 동네를 돌고 있을 때 

그가 지나갔다 


왕개미 한 마리가 제 몸만한 과자 부스러기를 물고 힘겹게 보도블록 가장자리를 가고 있을 때

그가 지나갔다 


세상에

얼굴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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