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깊은 밤, 폭풍우 속에 여자가 찾아올 리가 없지.』
거센 비바람 속에서 얼핏 여자의 음성을 들었던 원효 스님은
『아직도 여인에 대한 동경이 나를 유혹하는구나.
자세를 고쳐 점차 선정에 든 원효 스님은 휘몰아치는
그때였다. 「바지직」하고 등잔불이 기름을 튕기며 탔다.
비바람이 토굴 안으로 왈칵 밀려들었다.
밀려오는 폭풍우 소리에 섞여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원효 스님, 원효 스님, 문 좀 열어주세요.』
스님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망설였다.
스님은 문을 열었다. 왈칵 비바람이 방안으로 밀려들면서
『스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어두운 밤에 찾아와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비를 맞고 서 있는 여인을 보고도 스님은
『스님, 하룻밤만 지내고 가게 해주세요.』
여인의 간곡한 애원에 스님은 문 한쪽으로 비켜섰다.
『스님, 불 좀 켜 주세요. 너무 컴컴해요.』
스님은 묵묵히 화롯불을 찾아 등잔에 불을 옮겼다.
『스님,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제 몸 좀 비벼 주세요.』
여인의 아름다움에 잠시 취해 있던 스님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떨며 신음하는 여인을 안 보려고 스님은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은 마음에 따라 일어나는 것. 내 마음에 색심이 없다면
스님은 부지중에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안아
「나의 오랜 수도를 하룻밤 사이에 허물 수야 없지.」
이미 해골물을 달게 마시고 「일체유심조」의 도리를 깨달은 스님은
「해골은 물그릇으로 알았을 때는 그 물이 맛있더니,
이 여인을 목석으로 볼 것이 아니라 있는
스님은 다시 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도움을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구별이 없을 때 사람은 경건해진다.
폭풍우가 지난 후의 아침해는 더욱 찬란하고 장엄했다.
『스님, 저도 목욕 좀 해야겠어요.』
여인은 옷을 벗어 던지고는 물 속으로 들어와
『너는 나를 유혹해서 어쩌자는 거냐?』
『호호호, 스님도. 어디 제가 스님을 유혹합니까?
큰 방망이로 얻어맞은 듯한 순간 스님의 머리는 무한한 혼돈이 일었다.
「색안으로 보는 원효의 마음」을 거듭거듭 뇌이면서
원효 스님은 처음으로 빛을 발견한 듯 모든 것을 명료하게 보았다.
「옳거니, 바로 그거로구나. 모든 것이 그것으로 인하여
스님은 물을 차고 일어섰다. 그의 발가벗은 몸을
여인은 어느새 금빛 찬란한 후광을 띤 보살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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