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관련

도잠(도연명) 陶潛(陶淵明)

시치 2017. 11. 28. 16:11

도잠(도연명) 陶潛(陶淵明)                        


요약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유명한 도연명(365~427)은 전원으로 돌아가 술과 국화를 사랑하며 살았던 육조시대의 대시인이다. 그의 시문집은 양(梁)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 북제(北齊)의 양휴지(陽休之) 이래로 많은 판본과 주석집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체계적인 판본은 청나라 때 도주(陶澍)가 편찬한 『정절선생집(靖節先生集)』 10권이고, 현대에 들어서는 왕요(王瑤)가 편찬한 『도연명집』이 있다.

「귀조(歸鳥)」
翼翼歸鳥, 晨去於林
훨훨 날아가는 새, 새벽같이 숲을 떠나네.
遠之八表, 近憩雲岑
멀리 구름 끝까지 갔다가, 가까이 구름 낀 산봉우리에서 쉬네.
和風弗洽, 飜翮求心
미지근한 바람 불어 흡족하지 못
顧儔相鳴顧相鳴, 景庇淸陰
짝을 돌아보고 서로 울며, 서늘한 그늘에 몸을 숨기네.
「귀원전거(歸園田居) 1」
少無適俗韻
어려서부터 세속과 어울리지 못하고
性本愛邱山
본래의 성품은 산을 사랑했다네.
誤落塵網中
그만 먼지 가득한 그물에 떨어져
一去三十年
어느덧 삼십 년 세월이 흘렀네.
羈鳥戀舊林
갇힌 새는 옛날의 숲을 잊지 못하고
池魚思故淵
물고기는 옛날의 연못을 그리워한다네.
開荒南野際
남쪽 황무지를 개간하여
守拙歸園田
어리석은 마음 간직한 채 전원에서 살아야겠네.
方宅十餘畝
반듯한 집터가 십여 무
草屋八九間
초가집은 여덟, 아홉 칸.
楡柳陰後簷
느릅나무 버드나무 뒤 처마에 그늘 내리고
桃李羅堂前
복숭아, 자두 앞마당에 서 있네.
曖曖遠人村
저 멀리 사람의 마을 아득한데
依依墟里烟
외딴 마을에 밥 짓는 연기.
狗吠深巷中
깊은 골목에서는 개가 짖고
鷄鳴桑樹顚
뽕나무 우듬지에서는 닭이 우노니
戶庭無塵雜
앞뜰에 먼지 하나 없고
虛室有餘閑
텅 빈 방은 한가롭네.
久在樊籠裡
오래도록 새장에 갇혔다가
復得返自然
이제 자연에 돌아왔노라.
「음주(飮酒) 5」
結盧在人境
사람 사는 마을에 초가지붕 올렸어도
而無車馬喧
수레와 말소리 들리지 않네.
問君何能爾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心遠地自偏
마음이 저절로 먼 땅에 기울었기 때문이라네.
採菊東籬下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꽃 따다가
悠然見南山
아득히 남산을 바라보네.
山氣日夕佳
날 저물어 산 기운 더욱 아름다운데
飛鳥相與還
새들은 사이좋게 돌아가네.
此中有眞意
이 가운데 우주의 참뜻 있으니
欲辨已忘言
잡다한 말들은 다 잊고 말았다오.
「음주(飮酒) 9」
淸晨聞叩門
푸른 별 문 두드리는 소리 들려
倒裳往自開
바지 거꾸로 입고 나가 문을 여네.
問子爲誰歟
그대 뉘신가? 하고 물으니
田父有好懷
농부가 따스한 마음으로 반겨 주네.
壺漿遠見候
술 단지 들고 멀리까지 인사 와서
疑我與時乖
시대에 어울리지 못하는 나를 괴이쩍게 여기네.
襤褸茅簷下
낡은 초가집에 사는 건
未足爲高栖
그리 고상한 일이 아닌 듯 싶소.
一世皆尙同
온 세상 사람이 함께하니
願君汨其泥
그대도 그 진흙탕에 뛰어듦이 옳을 줄 아오.
深感父老言
노인장 말에 깊이 공감하오나
稟氣寡所諧
내 천성이 그리하기 어렵다오.
紆轡誠可學
고삐 돌리는 법도 배워야 하겠지만
遠己詎非迷
나를 어기는 건 미혹이 아니겠소이까.
且共歡此飮
기꺼이 함께 술은 마시겠으나
吾駕不可回
내 수레는 돌릴 수 없다오.
「책자(責子)」 - 자식을 나무라며
白髮被兩鬢
백발은 귀밑까지 덮고
肌腐不復實
피부도 늘어지고 말았네.
雖有五男兒
비록 아들 다섯이 있어도
總不好紙筆
한결같이 글을 싫어하네.
阿舒已二八
아서(阿舒)는 벌써 열여섯이나 되었는데
懶惰故無匹
게으르기 짝이 없고,
阿宣行志學
아선(阿宣)은 학문에 뜻을 둘 나이(열다섯 살)가 되었지만
而不愛文術
학문을 싫어하네.
雍端年十三
옹(雍)과 단(端)은 둘 다 열세 살인데
不識六與七
여섯, 일곱을 헤아리지 못하고,
通子垂九齡
통(通)은 아홉 살인데
但覓梨與栗
배와 밤만 따려 하네.
天運苟如此
하늘이 이렇게 자식을 내려 주었으니
且進杯中物
술이나 들이켤 수밖에.
「귀거래사(歸去來辭)」
돌아왔노라! 전원이 황폐해질진대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벌써 내 마음은 몸에 심하게 부대꼈으니 한스럽고 슬픈 일이네.
지난날이야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고, 앞날은 스스로 열어 갈 수 있음을 알았다네.
길을 잃었어도 그리 멀리는 떨어지지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가 그른 것임을 안다네.
배는 가벼이 바람에 흔들리고 바람은 옷을 펄럭이네.
나그네에게 길을 물어보고 밝은 새벽빛 한탄하네.
집 대문과 처마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네.
머슴은 나를 기쁘게 맞이하고 아이들은 문 앞에서 기다리누나.
세 오솔길에 풀이 무성해도 소나무 국화는 변함이 없구나.
어린 자식 손잡고 방으로 들어가니 항아리에 술 가득하네.
술 단지 끌어당겨 홀로 따라 마시고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네.
남쪽 창에 몸을 기대고 자족하니 무릎 하나 들이면 가득한 집이 얼마나 편안한지.
날마다 정원을 거닐며 멋을 즐기니 문은 그냥 달려 있을 뿐 늘 닫혀 있다네.
지팡이 짚고 가다 발길 멎으면 쉬고, 때로 머리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네.
구름은 아무 생각 없이 골짜기를 나오고 새들은 날다 지치면 돌아올 줄 안다네.
해는 뉘엿뉘엿 서녘으로 저물어 가고 외로운 소나무 어루만지며 서성거리네.
돌아왔노라! 이제 사람을 만나지 않으리.
세상과 나 이렇게 어긋나 있으니 다시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하리.
친척들과 나누는 정담이 이렇게 즐겁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다 보니 시름이 없구나.
농부가 내게 봄이 왔다 이르면 서쪽 밭을 갈리라.
때로 휘장 달린 수레를 타고 때로 외로운 배 저어
깊은 산골에 들거나 험한 산길 언덕을 지나리.
나무는 즐거이 꽃피우려 하고, 샘물은 졸졸 흘러가리.
만물이 때를 얻어 좋고, 내 삶은 끝을 향해 나아감을 느끼네.
생각을 말라! 이 몸 자연으로 돌아갈 날 얼마나 될지를.
어찌 마음에 맡기고 오고 감을 내버려 두지 못하는가? 그리 바삐 어디로 가려는가?
부귀는 나의 바람이 아니니 신선의 땅은 기약할 수 없다네.
밝은 내일 기약하며 홀로 나아가 지팡이 세워 둔 채 김을 매리니.
봄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고 맑은 물결 바라보며 시를 읊으리.
애오라지 자연의 섭리를 따라 죽어 돌아가는 것, 천명을 즐기거늘 무얼 의심하리.
「도화원기(桃花源記)」

진(晋)나라 태원[太元, 동진(東晋) 효무제(孝武帝)의 연호, 376~396] 때, 무릉(武陵) 사람이 고기를 잡다가 그만 길을 잃었는데 갑자기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는 숲이 나타났다. 언덕을 끼고 수백 보 앞에는 다른 나무는 없고 향기로운 풀들이 아름답게 깔려 있었고 떨어지는 꽃잎이 어지러이 흩날리고 있었다. 어부는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 숲 끝까지 가 보았다.

시냇물이 시작되는 곳에서 숲이 끝나더니 문득 산 하나가 나타났다. 산에는 작은 입구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마치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듯했다. 어부는 즉시 배에서 내려 그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입구가 아주 좁아서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다시 수십 걸음을 들어가니 확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넓고 평탄한 땅에 집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기름진 밭과 예쁜 연못, 뽕나무, 대나무가 있었다. 길은 서로 이어져 있고, 닭과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을 오가며 씨를 뿌리고 밭을 가는 남녀의 옷은 모두 외지 사람 같았고, 노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얼굴빛이 밝았다. 그들은 어부를 보고 깜짝 놀라며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어부는 상세히 대답해 주었다.

그들은 어부를 집으로 초대해 술상을 차리고, 닭도 잡고, 밥을 지어 대접했다. 마을에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모두 모여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들은 진(秦)나라 때 난을 피해 한 마을 전체가 가족을 거느리고 이 외딴 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이 어느 세상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漢)나라를 알지 못했고 위(魏)나라와 진(晋)나라도 몰랐다. 그들에게 세상에 대해 말해 주니 모두 탄식하며 슬퍼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초대해 술과 음식을 대접했다.

어부가 며칠 동안 머물다가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하자, 그들은 자신들을 바깥세상에 절대로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어부는 그곳을 나와 배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곳곳에 표시를 해 두었다.

어부는 무릉군 성 아래 이르러 태수를 알현하고 그곳에 대해 알려 주었다. 태수는 즉시 사람을 시켜 어부가 표시한 곳을 찾도록 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남양(南陽)의 유자기(劉子驥)라는 선비가 이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채 곧 병들어 죽고 말았다. 그 뒤로는 아무도 그곳에 대해 묻지 않게 되었다.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선생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그 이름도 상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집 주변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五柳)가 있다 해서 그것으로 호를 삼았다. 늘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세속의 영리를 구하지 않았다. 책 읽기를 좋아했으나 깊이 해석하려 하지 않았고, 문득 깨달은 바가 있으면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리곤 했다. 천성이 술을 좋아했으나 집이 가난해 매일 마시지는 못했다. 친구가 그런 사정을 알고 이따금 술상을 차려 그를 부르곤 했는데, 한번 마셨다 하면 반드시 술독을 다 비워 가며 취하려 했고, 취하면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고 가는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담장 안은 바람과 햇빛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소박했고, 여기저기 해어져 기운 베옷을 입고 밥그릇과 쌀독이 비어도 늘 마음이 편안했다. 늘 글을 지어 스스로 즐기면서 자신의 뜻을 표현했으며, 잘되고 못됨을 마음에 두지 않고 그렇게 삶을 마치려 했다.

그를 찬하여 말한다. 검루(黔婁,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의 아내가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부귀에 급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오류 선생이 그 사람과 짝일지도 모르겠다. 술 마시고 시를 읊으며 그 뜻을 즐기니 무회(無懷, 전설 속의 제왕)씨의 백성인가, 갈천(葛天, 전설 속의 제왕)씨의 백성인가.

진(晋)나라 말기에 강서성(江西省) 심양현(潯陽縣) 여산(廬山)에서 태어났다. 연명(淵明)은 본명이라고도 하고, 자라고도 한다. 또는 이름이 잠(潛), 자는 원량(元亮)이라고도 한다. 동진(東晋)의 명장 도간(陶侃)의 증손이었으나 그가 태어났을 때 가문은 몰락한 상태였다. 소년 시절부터 유가적 교양을 갖추어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뜻을 불태웠으나 문벌 사회의 벽에 부딪쳐 뜻을 이루지 못했고, 전란과 자연재해가 이어지는 암담한 청년 시절을 보내다가 29세에 이윽고 강주(江州)의 좨주(祭酒, 교육 관련 관리)가 되었다. 그러나 자연을 사랑하는 천성과 관리 세계의 추악한 인간관계에 대한 혐오감으로 출세와 은거를 되풀이하다가 41세 때 팽택현령(彭澤懸鈴)을 마지막으로 전원으로 돌아갔다.

그때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군(郡)의 감찰관이 온다는 소식에 “내가 쥐꼬리만 한 봉록 때문에 그런 향리(鄕里)의 소아(小兒) 앞에서 허리를 굽혀야 한단 말인가!” 하고 탄식하며 「귀거래사」를 노래하고는 임명된 지 고작 80여 일 만에 관직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도연명이라고 하면 술만 마시는 은둔 시인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난세에 태어나 물질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정신을 지키려 했던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물론 그의 시에는 술을 노래한 내용이 많고 초월의 경지를 동경한 시도 많다. 그러나 그 사상의 밑바탕에는 농민에 대한 사랑과 노동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무렵의 어두운 세상을 한탄하는 시도 있다. 그저 자연을 노래하기만 한 시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이나 「귀거래사」 같은 명문을 남겼고, 특히 「도화원기(桃花源記)」는 만년에 경도되었던 노장 사상의 유토피아를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만년의 도연명은 그의 평판을 듣고 찾아온 정치가나 문인들과 교류하며 살았다. 산수시인 안연지(顔延之)1) 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가 2만 전의 돈을 가지고 가자 도연명은 그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술을 마시는 데 써 버렸다고 한다. 그 무렵 정계의 거물이었던 강주 자사 단도제(檀道濟)가 출사를 요청했지만 그것을 거절하면서 “내 성격은 너무도 강직하고, 재주는 미천하다”라고 말했다. 도연명은 그런 자세를 죽을 때까지 지켰다.

각주
  • 1) 384~456. 육조시대 송나라의 문인. 성질이 과격하고 술을 즐겼으며, 언행에 조심성이 적어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매우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재물을 가벼이 여겼다. 도연명에게 술과 돈을 준 이야기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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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우치 미노루 집필자 소개

1923년 중국 산동성 출신. 교토대학 문학부와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을 공부했다.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리츠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교수, 북경일본학 연구센터 주임교수 등을 역임했..펼쳐보기

출처

절대지식 중국고전
절대지식 중국고전 | 저자다케우치 미노루 | cp명이다미디어 도서 소개

4천 년 중국문화의 원류를 읽는다! 4천 년 동안 황하의 중류 지역인 중원의 패권을 다투며 살아왔던 인간 군상들의 삶과 꿈의 집적인 중국고전을 역사·정치, 사상·처세, 소설·희곡, 시·산문, 과학·예술 등으로 나눈 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 분야의 고전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