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관련

당시선 唐詩選

시치 2017. 11. 28. 16:16

당시선 唐詩選                        


요약 테이블
저작자 이반룡(李攀龍)

요약 1570년에 만들어진 책으로, 당시(唐詩)의 선집 베스트셀러이다. 시인 130명의 작품 465수가 실려 있다. 전 7권으로, 시를 형식별로 분류했다. 제1권 오언고시(五言古詩) 14수, 제2권 칠언고시(七言古詩) 32수, 제3권 오언율시(五言律詩) 67수, 제4권 오언배율(五言排律) 40수, 제5권 칠언율시(七言律詩) 73수, 제6권 오언절구(五言絶句) 74수, 제7권 칠언절구(七言絶句) 165수로 이루어진다.

당나라는 문학사적으로 초당(初唐) · 성당(盛唐) · 중당(中唐) · 만당(晩唐)의 4기로 구분되고, 그 시풍은 시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초당은 형식미, 성당은 고아(高雅), 중당은 평담(平淡), 만당은 정치(精緻)를 특징으로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이 편찬된 명나라 말기의 시단에서는 송나라 때의 평담하고 세심한 작풍에 대한 반발로 성당의 웅장한 격조(어휘가 지닌 힘찬 울림)로 돌아가자는 기풍이 일어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과 작가의 수를 시기별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초당 18명 56수
성당 49명 293수
중당 39명 87수
만당 15명 20수
불명 9명 9수

그 수로 보아도 성당이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수록된 작품 수가 많은 시인의 이름을 순서대로 들면, 두보(杜甫, 성당, 51수), 이백(李白, 성당, 33수), 왕유(王維, 성당, 31수), 잠삼(岑參, 성당, 28수), 왕창령(王昌齡, 성당, 21수), 고적(高適, 성당, 18수) 순이다.

이처럼 상위는 모두 성당이 독점하고, 중당과 만당을 대표하는 백거이(白居易)와 한유(韓愈), 두목(杜牧)의 작품은 단 한 수도 실려 있지 않다. 게다가 작가별 작품 선택에서도 예를 들어, 두보의 경우에는 사회적 비판을 주제로 하는 시는 한 수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만 보아도 편집 의도가 편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록된 작품은 한결같이 수작으로, 격조를 중시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재 면에서는 초당에서 성당에 걸쳐 확립된 관료 귀족 사회의 생활과 중국의 세력 확대를 반영한 듯 송별(送別)과 여수(旅愁), 회고(懷古), 변경(邊境) 등을 노래한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수록된 작품 수가 많은 시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시 형식별로 한 수씩 대표적 작품을 소개하기로 한다.

1. 오언고시

「송중(宋中)」 고적
梁王昔全盛
그 옛날 양왕이 성했을 때
賓客復多才
수많은 재사들이 노닐던 곳.
悠悠一千年
일천 년이 지난 지금
陳迹惟高臺
남은 건 높은 누각 하나.
寂寞向秋草
쓸쓸한 가을 풀을 바라보니
悲風千里來
천 리 저편에서 슬픈 바람 불어온다.

작자 고적(700?~765)이 양송(梁宋)의 땅을 방랑하던 시절에 옛날을 회상하고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탄식하며 읊은 시이다. 작자는 호방한 성격으로 젊은 시절에는 도박에 빠져들었다. 관리의 길에 들어선 뒤로도 강직한 성품 때문에 때로 미움을 받았다.

50세가 넘어서 비로소 시를 짓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천부적인 자질 때문인지 일약 시단(詩壇)의 총아로 이름을 날렸고, 두보와도 친했다.

이 밖에 오언고시의 명작으로 진자앙(陳子昻)의 「계구람고(薊丘覽古)」, 이백의 「자야오가(子夜吳歌)」, 왕유의 「송별(送別)」, 위응물(韋應物)의 「유거(幽居)」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2. 칠언고시

「호가(胡笳)의 노래」 잠삼
君不聞胡笳聲最悲
들어라, 저 슬픈 호가(피리) 소리
紫髥綠眼胡人吹
붉은 수염, 파란 눈의 호인(胡人, 북서 지방의 이민족)이 부는 소리로다.
吹之一曲猶未了
이 곡이 끝나기 전에
愁殺樓蘭征戌兒
누란(樓蘭, 서역 지방) 원정길 떠나는 그대 슬픔에 젖었구나.
凉秋八月蕭關道
지금은 서늘한 가을, 그대가 가는 소관(蕭關) 길은
北風吹斷天山草
천산의 풀 위로 불어치는 차가운 북풍 땅.
崑崙山南月欲斜
곤륜산 남쪽에 달이 기울 때
胡人向月吹胡笳
호인은 달을 보며 호가를 불 것이다.
胡笳怨兮將送君
지금 호가를 불어 그대를 보내려는데
泰山遙望隴山雲
저 멀리 농산(隴山)에 흩어지는 구름 보인다.
邊城夜夜愁夢多
먼 타향의 밤 고향 그리울 터인데
向月胡笳誰喜聞
달 아래 퍼지는 호가 소리 애절하리라.

변경에 부임하는 친구 안진경(顔眞卿)의 송별회에서 호인이 연주하는 호가의 음색에 맞추어 석별의 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한 번 읽으면 온몸을 죄는 듯한 비장함을 느끼게 하는 시이다.

작자 잠삼(715~770)은 오랫동안 북서쪽 변방에서 관리로 근무해 변방 시인으로 유명하다.

칠언고시에는 이 밖에도 왕발(王勃)의 「등왕각(藤王閣)」, 노조린(盧照鄰)의 「장안고의(長安古意)」, 유정지(劉廷芝)의 「백발을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해」, 장약허(張若虛)의 「춘강화월(春江花月)의 밤」, 두보의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등 제각기 특색 있는 걸작이 많다.

3. 오언율시

「동정호(洞庭湖)에서」 맹호연(孟浩然)
八月湖水平
팔월의 호수는 잔잔하고
涵虛混太淸
저 멀리 푸른 하늘에 녹아들었다.
氣蒸雲夢澤
운몽(雲夢) 늪 지대에서 피어나는 안개
波撼岳陽城
악양성(岳陽城) 삼킬 듯이 넘실대누나.
欲濟無舟楫
이 호수 건너려 하나 나룻배 없고
端居恥聖明
성은을 입은 몸 부끄러이 산다.
坐觀垂釣者
낚싯줄 드리운 사람 망연히 바라보며
徒有羨魚情
괜스레 나도 물고기가 가지고 싶다.

승상 장구령(張九齡)에게 보내는 시로, 은근히 벼슬을 부탁하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시의 배경인 동정호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전반은 그 장관을 노래한 절창으로, 두보의 「악양루(岳陽樓)에 올라」에 비견된다. 후반은 갑자기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한탄하며 천거를 구하는 내용인데, 한시 특유의 발상법이라 할 수 있다.

맹호연각주1) (689~740)은 유명한 「춘효(春曉)」의 작자로, 벼슬에 인연이 없어 평생 불우하게 살았다.

이 밖에 오언율시의 명작으로는 이백의 「친구를 보내다」, 왕유의 「종남산」, 두보의 「악양루에 올라」 등이 있다.

4. 오언배율

「현산회고(峴山懷古)」 진자앙
秣馬臨荒甸
말에 여물을 먹이고 현산(峴山)에 올라
登高覽舊都
황야에 펼쳐진 옛 도성을 본다.
猶悲墮淚碣
명장의 눈물 어린 비석에 슬픔이 일고
尙想臥龍圖
제갈공명의 팔진도 회상해 본다.
城邑遙分楚
저 멀리 흩어진 성과 마을은 초의 땅이던가
山川半入吳
산천은 오의 땅으로 이어진다.
丘陵徒自出
구릉은 옛날처럼 자유롭게 내달리고
賢聖幾凋枯
옛 성현의 모습은 찾을 길 없다.
野樹蒼煙斷
나무 사이로 저녁 어스름 내리는데
津樓晩氣孤
나루터의 누대는 홀로 외롭다.
誰知萬里客
만 리 길 나그네, 누가 알리
懷古正踟蹰
가 버린 옛날 그리워하는 이 마음을.

진자앙(661~702)은 청소년 시절에는 유협들과 어울려 독서와는 무관한 생활을 했지만, 18세 때 뜻을 세워 공부를 시작하고 24세에 진사가 되었다. 강개와 격정의 작풍으로 초당 시기의 호화로운 시풍에서 벗어난 이백과 두보의 선구로 평가받는다.

배율(排律)은 형식을 극단적으로 중시하는 시 형식으로 연회석에서나 증답(贈答)의 시로 널리 활용되었다. 따라서 진자앙처럼 중후한 정감으로 가득한 작품은 드물다.

5. 칠언율시

「황학루(黃鶴樓)」 최호(崔顥)
昔人已乘白雲去
옛 선인은 구름 타고 날아가 버리고
此地空餘黃鶴樓
여기 황학루만 외로이 남아 있구나.
黃鶴一去不復返
가 버린 황학은 돌아오지 않고
白雲千載空悠悠
흰 구름은 천 년 동안 유유하다.
晴川歷歷漢陽樹
맑게 갠 강변에 한양의 나무 선명하고
芳草萋萋鸚鵡洲
강의 삼각주에 핀 풀꽃 아름답구나.
日暮鄕關何處是
날은 저무는데 내 고향은 어느 쪽인가
煙波江上使人愁
강 위에 피어나는 그리움이 슬프다.

무창(武昌)에 있는 황학루는 선인이 황학을 타고 날아갔다는 전설이 전해 오는 경승지이다.

1구와 3구는 전설상의 흰 구름과 황학, 2구와 4구는 지금 남아 있는 황학루와 백운의 대비를 이루며 천지의 유구함을 느끼게 하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어 눈앞의 저녁 풍경에서 망향의 정을 일으킨다.

뒷날 이백도 이 누각에 올라 시를 지으려 하다가 최호(?~754)의 경지를 도저히 넘어설 수 없다고 탄식하며 붓을 던졌다는 일화가 전한다.

6. 오언절구

「거울에 비친 백발을 보고」 장구령
宿昔靑雲志
옛날에는 청운의 뜻을 품었지만
蹉跎白髮年
세파에 시달리다 백발이 되었구나.
誰知明鏡裏
누가 알았으리, 거울 속의 나와
形影自相憐
서로 연민할 줄이야.

1구의 ‘숙석(宿昔)’과 2구의 ‘차타(蹉跎)’를 같은 운율로 배치하고, ‘청운의 꿈’과 ‘백발’을 각각 대비해서 실의에 찬 인생을 노래했다. 장구령(673~740)은 현종 시절에 재상을 지냈던 명정치가였는데, 악명 높은 이임보(李林甫) 때문에 실각해 남강 강릉(江陵) 땅에 유배되었다. 당나라 왕조는 이 정변을 경계로 하여 급속히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7. 칠언절구

「부용루(芙蓉樓)에서 신점(辛漸)을 보내며」 왕창령
寒雨連江夜入吳
차가운 비가 오는 밤에 강을 타고 오 땅에 왔도다
平明送客楚山孤
아침에 그대를 보내니 초의 산 하나만 외롭게 서 있네.
洛陽親友如相問
낙양의 친구가 혹시 안부를 묻는다면
一片氷心在玉壺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으로 백옥의 단지 속에 있다 하겠네.

왕창령(?~756)은 칠언절구의 명수로서 이백과 비견되는데, 관리로서는 언행이 방만해 자주 좌천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남경으로 유배되었을 때, 낙양에 가는 친구 신점을 송별하는 시이다. 차갑고 고독하며 불운함이 바닥에 깔려 있어 절구의 애절함이 가슴에 스며든다.

책 속의 명문장

靑雲志 / 청운지
고고한 뜻을 말하는데, 입신출세를 바라는 공명심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 「거울에 비친 백발을 보고」 장구령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 연연세세화상사, 세세연연인부동
꽃은 해마다 똑같이 피어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은 세월과 함께 바뀌어 간다. 인생의 변화를 탄식하는 말이다. - 「백발을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해」 유정지
白髮三千丈 / 백발삼천장
자신의 늙음을 깨닫고 그 놀라움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말이다. 뜻이 전이되어 심하게 허풍을 떨거나 과장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 「추포가(秋浦歌)」 이백

명나라 시인 이반룡(1514~1570)이 편집한 것으로, 권두에 그의 서문을 곁들여 명나라 말기에 출판되었다.

이반룡은 “시는 성당[盛唐, 당시(唐詩)의 전성기인 713~766년]”이라는 말을 내걸고 고전주의 문학운동을 이끌며 명나라 중기 이후의 문단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책은 편자의 명성과 간략한 요약으로 명나라 말기에서 청나라 초기에 걸쳐 널리 독자를 확보했다. 그런데 이반룡의 문학 이론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이 책의 성립에 대한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나라 건륭(乾隆) 연간에 발행한 『사고전서(四庫全書)』의 해제에 위서라는 판정이 내려진 이래로 여러 가지 설이 나왔지만, 위서라는 설이 거의 정설로 굳어졌다.

이러한 설을 모두 종합하면, 이 책은 이반룡이 죽은 뒤 어떤 출판업자가 다른 선집에서 적당히 작품을 가려 뽑은 다음에 이반룡이 쓴 「선당시서(選唐詩序)」라는 문장을 마음대로 「당시선서(唐詩選序)」로 바꾸어 권두에 싣고 진짜처럼 꾸며 판매했다는 것이다.

당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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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우치 미노루 집필자 소개

1923년 중국 산동성 출신. 교토대학 문학부와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중국문학을 공부했다.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리츠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교수, 북경일본학 연구센터 주임교수 등을 역임했..펼쳐보기

출처

절대지식 중국고전
절대지식 중국고전 | 저자다케우치 미노루 | cp명이다미디어 도서 소개

4천 년 중국문화의 원류를 읽는다! 4천 년 동안 황하의 중류 지역인 중원의 패권을 다투며 살아왔던 인간 군상들의 삶과 꿈의 집적인 중국고전을 역사·정치, 사상·처세, 소설·희곡, 시·산문, 과학·예술 등으로 나눈 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각 분야의 고전을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