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만진다/ 임솔아

시치 2016. 6. 2. 02:06

만진다/ 임솔아

 

 

 

 

아이가 아기 인형을 만지려 한다.

여자가 아이를 끌어안는다, 병원의 인형은

만지지 말라고 말한다, 병든 아이들이

끌어안았던 것이므로.

 

나는 그때를 떠올린다.

요크셔테리어가 집에 왔을 때

엄마는 그 녀석을 창고에 넣으며

만지지 말라고 말했다, 갓 태어난 것들은

손을 많이 타면 죽는다고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온다.

내과 앞 동물병원 앞에서

아이들이 쇼윈도를 두드리고 있다.

개를 부르는 소리가 개를 병들게 하고 있다.

 

병든 것은 아무도 만지려 하지 않고

죽은 것은 더 이상 병들지 않는다.

갓 태어난 것들은 쉽게 깊게 병들고

쉽게 깊게 병들 때마다 나는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약국에 들어가 약을 받는다.

여자가 아이에게 물약을 먹이고 있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다가‘

아무도 없다는 게 무서워져서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나는 혼자다, 누구도

나를 만지지 않았다.

그게 나를 안심시킨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같이 탄 아이가 나를 힐끔거린다.

내가 아이의 머리를 만진다면

아이는 분명 무서워 할 것이다.

나는 내 머리를 만진다.

 

 

 

                      —《문예중앙》 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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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 1987년 대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재학중. 2013년 〈중앙일보〉신인문학상 「옆구리를 긁다」로 시 당선. 2015년 <문학동네> 제4회 대학소설상 「최선의 삶」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