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광기의 재개발/서효인

시치 2016. 6. 1. 18:15


광기의 재개발/서효인

 

 

백 원만 하던 너, 아직도 여기 있구나

모교 앞, 문방구는 이름이 바뀌고

주인 여자도 졸업식마냥 늙었는데

오래된 오락기 위에 먼지가 되어 앉았구나

백 원만 하던 너, 아직도 웃는구나

장마처럼 침을 흘리며 먼지처럼 닦이지 않으며

너를 보는 모교 앞

 

백 원만 하는 너

몰라보는구나 나를

국민체조와 국기에 대한 맹세를 콧물과 함께 흘리던 교문에서

미친년이라고 아무리 놀려도 백 원만 백 원만 했다 넌

기억나니 넌, 고학년 오빠들이 아랫도리에 손을 찌르며

오락하듯 백 원을 넣고 흔들 때도 장마처럼 침을 흘렸다 넌

 

백 원만 하던 너, 아직도 여기에

몇 떼의 구름이 지나가도록 섰구나

촌지처럼 교실은 시끄러운데

아직도 웃는구나 동전은 소리 내며 웃는데

너는 소리도 없이 진짜로 누가 미쳤느냐고

백 원만 백 원만 하며 묻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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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 1981년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났다. 2006년 《시인세계》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