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움직이는 달/민구

시치 2015. 5. 8. 21:51

움직이는 달/민구

 

 

 

달이 먼저 나를 물기도 한다

줄을 풀고 창문으로 넘어들어온 달이 구석에 나를 몰고 어금니를 드러낸다

오줌발이 얼마나 센지 사방 벽으로 튀어 지워지지 않는다

달은 나무를 잘 탄다

어두운 강을 곧잘 건넌다

물결에 비벼도 지워지지 않는 온순한 발자국은 한겨울 빙판을 내리치는 커다란 해머
수천수만의 얼음조각들이 밤하늘에 박혀 있다

순식간에 하늘을 나는 박새에 오른 달, 민첩하다

고양이 꼬리를 물다가 돌아보는 순간, 지붕 위를 걸어나가며 케케케 웃고 있다

멀쩡한 사내를 부축하는 달, 문지방에 걸터앉은 달, 작두로 깎은 발톱이 거기로 튀었나?
굶주린 소가 여물통을 바라본다

물에 뜬 시체를 가만히 덮고 있는 담요여

상갓집 늦은 조문객이 맨 근사한 타이여

공중에 집 한 채 놓고 숨죽여 울던 검은 짐승은

지금 해와 교미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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