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저수지/ 이윤학

시치 2013. 9. 9. 22:01

저수지/ 이윤학

 

 

하루종일,
내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 저수지가 나오네
내 눈 속엔 오리떼가 헤매고 있네
내 머릿속엔 손바닥만한 고기들이
바닥에서 무겁게 헤엄치고 있네

 

물결들만 없었다면, 나는 그것이
한없이 깊은 거울인 줄 알았을 거네
세상에, 속까지 다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고
믿었을 거네

 

거꾸로 박혀 있는 어두운 산들이
돌을 받아먹고 괴로워하는 저녁의 저수지

 

바닥까지 간 돌은 상처와 같아
곧 진흙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섞이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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