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휘파람/김주대

시치 2013. 9. 3. 21:28

 

휘파람/김주대

 

한번도 몸을 가진 적 없는 바람이

입술 사이에 동그란 몸을 얻어

허리를 말고

오목한 계단을 걸어나온다

어릴 적 심심한 밤에는 뱀이 되던 소리

가늘고 길게 기어가다가

비눗방울처럼 몇 계단을 뛰어올라

통통 떨어져내리기도 한다

혀 위를 얇게 타고 올라가는 바람의 몸이

좁은 구멍에서 홀로 울다가

속눈썹이 긴 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처음 본 슬픔과 기쁨 사이를 떤다

울음과 떨림의 사이에 나란히 누워

입술로 몸이 된 너를 만지면

가만히

긴긴 첫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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