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김주대
한번도 몸을 가진 적 없는 바람이
입술 사이에 동그란 몸을 얻어
허리를 말고
오목한 계단을 걸어나온다
어릴 적 심심한 밤에는 뱀이 되던 소리
가늘고 길게 기어가다가
비눗방울처럼 몇 계단을 뛰어올라
통통 떨어져내리기도 한다
혀 위를 얇게 타고 올라가는 바람의 몸이
좁은 구멍에서 홀로 울다가
속눈썹이 긴 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처음 본 슬픔과 기쁨 사이를 떤다
울음과 떨림의 사이에 나란히 누워
입술로 몸이 된 너를 만지면
가만히
긴긴 첫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必死 筆寫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화문에서 프리허그를/강인한 (0) | 2013.09.09 |
---|---|
저수지/ 이윤학 (0) | 2013.09.09 |
고드름—물의 체위, 교양 없이 뜨거운/김륭 (0) | 2013.08.01 |
등잔/신달자 (0) | 2013.08.01 |
사람을 쬐다/유홍준 (0) | 2013.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