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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2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당선작

시치 2012. 12. 4. 02:00

2012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당선작 

 

밤의 모자

 

  권민자

 

 

안부는 도로 입속에 넣어줘

 

토마토의 色을 빌려주겠니? 가지나 타조의 色 같은 것도

괜찮아?

 

나의 발은 완전히 몽롱해졌으니

은신시켜놨던 자학이나 꺼내야겠다

 

엉망진창 울고 있는 얼굴과 불쌍한 어깨는 쓰레기통에 처박고

 

나는, 폐빌딩에서 나올 법한 동전

내 등짝은 폐빌딩의 문짝처럼 너덜너덜해

 

나는 나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열쇠와 양말을 챙겼다

밤은 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토마토가 필요했다

 

토마토처럼

굴러가기 좋은 동전을 폐빌딩에서 발견한 나는

 

모자 쓴 밤의 모자를 벗기겠다

모자의 얼굴과 내 얼굴을 구분 못하겠다

 

떨어지지 않는 발과 떨어진 발을 고르고 고르다 할 수 없이

괜찮아지겠다

 

 

 

 

* 권민자 / 1983년 포항 출생. 2012년 《문학사상》신인상 당선.

 

 

                  《문학사상》2012년 11월호

출처 : 푸른 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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