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다시보기

못 / 이병률

시치 2010. 11. 19. 02:41

못 / 이병률

 

책상을 짜러 찾아간 목공소 문간에 걸터앉아

목수를 기다립니다.

토막토막 잘린 나무를 가져다 못을 박기 시작합니다

뜨겁게 못을 박다가 그만 비정을 박는 건 아닌가 하여

조금 앉아 있습니다.

덩어리를 얼추 다 맞추었는데도 목수는 오지 않습니다

 

돌아와서 돌아와서

몇 번이고 돌아오는 버릇이 있는 나는

돌아오고 압니다?

박을 것들보다

뽑을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밤 늦게 산책을 나갔다가

뭐든 주워오는 버릇이 있는 나는

그날도 남이 버린 선반을 가뿐히 들고 돌아옵니다

 

돌아오고 나면 또 압니다

못을 칠 수 없다는 것을

 

한 사람 심장에 못을 친 사실을

이후로 세상 모든 벽은 흐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바람에 벽을 다 써버렸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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