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 이병률
책상을 짜러 찾아간 목공소 문간에 걸터앉아
목수를 기다립니다.
토막토막 잘린 나무를 가져다 못을 박기 시작합니다
뜨겁게 못을 박다가 그만 비정을 박는 건 아닌가 하여
조금 앉아 있습니다.
덩어리를 얼추 다 맞추었는데도 목수는 오지 않습니다
돌아와서 돌아와서
몇 번이고 돌아오는 버릇이 있는 나는
돌아오고 압니다?
박을 것들보다
뽑을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밤 늦게 산책을 나갔다가
뭐든 주워오는 버릇이 있는 나는
그날도 남이 버린 선반을 가뿐히 들고 돌아옵니다
돌아오고 나면 또 압니다
못을 칠 수 없다는 것을
한 사람 심장에 못을 친 사실을
이후로 세상 모든 벽은 흐느끼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바람에 벽을 다 써버렸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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