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신현정
해바라기 길 가다가 서 있는 것 보면 나도 우뚝 서보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쓰고 벗고 하는 건방진 모자일망정
머리 위로 정중히 들어 올려서는
딱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간단히 목례를 해보이고는
내 딴에는 우아하기 그지없는
원반 던지는 포즈를 취해보는 것이다
그럴까
해를 먹어 버릴까
해를 먹고 불새를 활활 토해낼까
그래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거겠지
오늘도 해 돌아서 왔다.
—《현대문학》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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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 1948년 서울 출생.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립』『염소와 풀밭』『자전거 도둑』『바보사막』. 2009. 10. 16 별세.
출처 : 푸른 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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