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윤동주문학상> 수상작: 상황그릇/ 박라연
상황그릇
품이
간장종지기에 불과한데
항아리에 담을 만큼의 축복이 생긴들
무엇으로 빨아들일까
궁리하다가
추수부터 해보자
넘치면 허공에라도 담아보자 싶어
종지기에 추수한 복을 붓기 시작했다
붓고 또 붓다보니
넘쳐흐르다가
깊고 넓은 가상육체를 만든 양
이미 노쇠한 그릇인데도
상황에 따라 변하기 시작했다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져줄 때의 형상이 가장 맛, 좋았다
허공에도
마음을 바쳐 머무르니
뿌리 깊은 그릇이 되어
눈부셨다
<수상자 신작시>
U턴
너를 일찍 알았더라면
비단결 같은
내 피 만져볼 수 없었겠다
치명적인 피 안 마셨겠다
첫사랑과 신방 꾸미지 못했겠다
내 피에도
네가 흐른다는 신호 알아챘다면
K대학원도 중도하차 안했겠다
터진 생의 바느질도 못배웠겠다
내 피 너무 심심해서 해파리
석류 오디 사과 고추 맛은
엄두도 못냈겠다
수상시인 약력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너에게 세들어 사는 동안> <우주 돌아가셨다>
출처 : 파도가 부는 집
글쓴이 : 찬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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