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회 유심작품상 수상작
성병에 걸리다
유 안 진
하느님
저는 투명인간인가 봅니다
바로 앞 바로 옆에 있어도 없는 듯이 여깁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빠
‘있다’고 ‘나’라고 주장하다가 지쳐 그만
聲病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로마제국의 초기 그리스도교도처럼
순교를 영광과 환희로 맞았던 초기기독교도처럼
명성을 영광과 환희로 맞이하고 싶은데
도저히 정복할 수 없어서 국교로 삼아버린 로마제국처럼
제가 정복할 수 없는 명성은
저의 종교가 되었나 봅니다
저의 하느님이 되었나 봅니다
정복할 수도 정복될 수도 없는
성병에 걸려서
스스로를 얼마나 속이며 기만했으며
꿈과 성병을 구별하지 못했던가를
선망과 조롱으로 우습게 보았던 타인과 자신을
사람본래로 보게 눈 열어주십시오
죽는 순간까지도 해방될 수 없다는 그 성병을
저만은 반드시 살아서 고쳐서 잘 살아 보고 싶습니다
<수상자 신작시>
나는 내가 낳는다
누구의 유전자에도 오염되지 않은
무염시태의 나는
내가 잉태하기로 했다
다시 태어나야 진정한 내가 될 수 있거든
나는 자궁을 가졌거든
누구의 간섭 어떤 의무도
어떤 관습에도 감시당하지 않고
어떤 규범에도 검토당하지 않는
모든 순치를 거부한 나를 살며
처음부터 끝까지 나로서만 살게 될 새로운 나는
아무도 낳아줄 수 없으니까
성스러운 사랑과 추악한 스캔들은 동전의 양면이니
성스럽지도 추악하지도 말거라
저 나가 되기 위해서나 그 나가 되기 위해서는
부디 이 나를 배반하거라
나의 태아기는 280일로는 태부족이리니
무한 기다리리라
태초의 아담보다 더 최초의 나이기 위해서는
'수상한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2008 <백석문학상> 수상작: 승천/ 김해자 (0) | 2009.08.15 |
---|---|
[스크랩] 2008 <윤동주문학상> 수상작: 상황그릇/ 박라연 (0) | 2009.08.15 |
[스크랩] 공초문학상 수상작 (0) | 2009.08.15 |
제4회(2009년) 지리산 문학상 수상작 (0) | 2009.08.15 |
[스크랩]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에 박형준 시인 선정 (0) | 2009.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