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관련

매월당 김시습의 시 몇 편

시치 2009. 6. 19. 23:28

매월당 김시습의 시 몇 편

 

病中言志-金時習

 

世味多端我自如(세미다단아자여) : 세상 맛 다양하나, 난 언제나 나

是身天地一籧篨(시신천지일거저) : 천지간에 이 한 몸은 천상바라기어라

山堂日午寂無事(산당일오적무사) : 오후의 산 속 집엔 할 일도 없어

臥曝腹中千卷書(와폭복중천권서) : 누워서 뱃속 천여권 책을 말리노라

 

 

燈下(등잔아래서)-金時習

 

燈下茶聲咽(등하다성인) : 등 아래 차 닳이는 소리

惺惺坐似株(성성좌사주) : 말갛게 앉으니 나무 그루터기 같아

是身如幻沫(시신여환말) : 이 몸은 물거품 같고

此影竟塗糊(차영경도호) : 이 그림자는 끝내 멍청하구나

夜雪敲窓冷(야설고창랭) : 밤눈이 차갑게 창문을 두드리고

雲羃地無(산운멱지무) : 산구름은 땅을 덮어 없어지는구나

花明餘燼落(화명여신낙) : 불꽃 밝더니 남은 재 떨어지고

堗暖卷氍毹(돌난권구유) : 구둘 따뜻하여 담요를 걷어부친다

 

燈下,2(등잔 아래서,2)-金時習

南寺僧來後(남사승래후) : 남쪽 절에서 스님 온 뒤로

東山月上初(동산월상초) : 동산의 달이 떠오르기 처럼이라

閑心多放曠(한심다방광) : 한가한 마음 자주 방탕 허술하여

靜意似籧篨(정의사거저) : 고요한 생각, 천상바라기 같아라

積雪明林薄(적설명림박) : 쌓인 눈은 나무숲 엷게 밝히고

寒風入帳疏(한풍입장소) : 차가운 바람 성글게 휘장에 분다

可庭霜桂影(가정상계영) : 뜰에 서리 맞은 계수나무 그림자

分與爾爲居(분여이위거) : 그대에게 나누어 주어 살게 하리라

 

戲甚走題(희롱이 심해 붓을 달려 짓다)-金時習

江淹五色筆(강엄오색필) : 강엄의 오색붓

釘鉸五色毬(정교오색구) : 정교의 오색 공

古漫悠悠(천고만유유) : 천년을 부질없이 아득하여

已往不可求(이왕불가구) : 지나간 일을 찾을 수가 없도다

眼前有生涯(안전유생애) : 눈 앞의 살아가는 일들

筆下雲煙繆(필하운연무) : 눈 아래 구름과 연기처럼 얽혀있다

詩成自有韻(시성자유운) : 시 지어지면 자연히 운치 있고

戛戛如鳴球(알알여명구) : 부딪힘이 방울 울리는 소리 난다

我願得其妙(아원득기묘) : 나는 그 묘리 얻기를 원하노니

不勞空哦咻(불로공아휴) : 수고하지 않고 공연히 노래부른다

淸溪咽如笙(청계인여생) : 맑은 개울물 흐느낌 생황소리 같고

草堂淸而幽(초당청이유) : 초가집 분위기 맑고도 그윽하구나

景物自蕭條(경물자소조) : 경치는 저절로 쓸쓸한데

宛轉盈雙眸(완전영쌍모) : 분명하게 두 눈동자 채워진다

朗吟詩數篇(랑음시수편) : 낭낭히 시 몇 편을 읊으니

靄靄春雲浮(애애춘운부) : 뭉게뭉게 봄구름이 떠오른다

擲地不成響(척지불성향) : 땅에 던져버려도 소리나지 않으니

罰我三千觩(벌아삼천구) : 나에게 삼천 말이나 되는 벌주를 주오

 

老木開花心不老(노목개화심불로)” 즉 ‘늙은 나무에 꽃이 피었으니 마음은 늙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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