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 김기택
불도 없는데
생선비늘 들썩거린다
이글이글, 입에서 거품이 나온다
퍽, 퍽, 몸 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 들린다
은비늘 하나 다치지 않은, 바다에서 막 나온 것 같은 생선,
김과 열을 뿜는 흰 접시가 전자레인지에서 나온다
불도 없는데
할머니 얼굴 쭈글쭈글해진다
등뼈가 휘어지고 오그라들고 굳어진다
거친 숨, 가는 신음이 몸 안에서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깊은 주름을 흔들며 이 빠진 아이처럼 깔깔거리는 할머니
성한데 없는 맑고 어린 웃음이 경로당에서 나온다
현대시 (200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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