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전남 영광군 법성포 출생
전주대 영문과 졸업
1984년 시 전문지 ‘시인’ 통해 등단
1990년 첫 시집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2002년 산문집 ‘꽃이 진다 꽃이 핀다’
시집,『풀여치의 노래』,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적막』
각
칼을 들고 목각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나무가 몸 안에 서로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
촘촘히 햇빛을 모아 짜 넣던 시간들이 한 몸을 이루며
이쪽과 저쪽 밀고 당기고 뒤틀어가며 엇갈려서
오랜 나날 비틀려야만 비로소 곱고
단단한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것
제 살을 온통 통과하며
상처가 새겨질 때에야 보여주기 시작했다
"적막"[창비]에서
길
길이 빛난다
밤마다 세상의 모든 길들이 불을 끄고 잠들지 않는 것은
길을 따라 떠나간 것들이 그 길을 따라
꼭 한번은
돌아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적막"[창비]에서
저문 외길에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져가는 것
그는 모르는지
길 끝까지 간다
가는데 갔는데
기다려본 사람만이 그 그리움을 안다
무너져 내려본 사람만이 이 절망을 안다
저문 외길에서 사내가 운다
소주도 없이
잊혀진 사내가 운다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1995 창비
길끝에 닿는 사람
다시, 나는 먼 길을 떠난다. 길은 길로 이어져서 산과 들 강,
저문 날이면 어는 곳엔들 닿지 않으랴,
젊은 꿈과 젊은 밤과 오랜 그리움이 혹여 있을지,
그곳엔들 문을 열면 밤은 더욱 자욱하고 신음소리 쓸쓸하지 않으랴만
더러는 따듯했어, 눈발이 그치지 않듯이 내가 잊혀졌듯이,
이미 흘러온 사람, 지난 것들은
여기까지 밀려왔는지, 뒤돌아보면,
절뚝거리던 발걸음만이
눈 속에 묻혀 흔적 없고 문득,
나 어디에 있는가, 어쩌자고, 속절없이
누군들 길 떠나지 않으랴, 먼 길을 떠난다.
흐르는 것은 흐르는 것으로 이어져서
저 바람의 허공, 갈 곳 없이 떠도는 것들도
언제인가,
닿으리라 비로소, 길 끝에
이르러 거친 숨 다하리라, 아득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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