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혹은 꽃 피는 속도/김수형
1. 레미콘이 뒤뚱거리며 언덕길을 오른다 만삭의 배를 돌리며 조금만, 조금만 더! 두 손을 움켜쥘 때마다 떨어지는 링거의 수액 피와 살이 섞이고 심장마저 꿈툴대는 안과 밖을 둘러싼 호흡들이 숨 가쁘다 뜨겁게 쏟아지는 양수 꼴나무에도 피가 돈다 2. 직진하려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우로 돌렸지 운전석 백미러를 툭 치며 달리던 트럭 수천의 새 떼 날아와 등골에서 깃을 털던 3. 백미터를 3초에 달려 톰슨가젤 목을 물고 거친 술 몰아쉬는 치타의 퀭한 눈동자 죽음과 마주하는 건 늘 한 호흡의 속력이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6시 15분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수상자의 작품 1> 조치원鳥致院 김수형 새 꿈을 꾸고 나면 깃털들이 흩어진다 피가 잘 안 통하는 구름은 하얘지고 새들의 가위질 소리 허공이 잘려 나간다 이마에 부리 묻고 내 눈썹에 날아든 새 새 울음에 기적이 울고 철길도 관절 편다 바람이 우듬지에서 새집을 보듬는 역 오래 만져 미끄러운 새알 같은 그대 생각 파닥이는 기억들을 물끄러미 떠올리면 철새가 긴 그림자를 내려놓고 날아간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6시 21분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수상자의 작품 2> 각시염낭거미 김수형 그녀는 몸속에서 속울음을 꺼내 짠다 격자무늬 과녁에 새벽이슬 떨어지면 파르르 떨리는 허공 불안은 늘 명중이다 외로운 각도에서 사랑은 조여들었지 속절없이 흔들리는 신열의 이파리들 끈적한 가슴 안쪽의 어둠을 들여다본다 평범한 삶의 길을 풀었다 당기는 저녁 실낱같은 그물코에 낯선 어둠 스밀 때면 뭇별의 노래 몇 소절 파닥이며 걸린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6시 27분 |
'시조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앙 시조 백일장-6월 수상작] (0) | 2022.07.04 |
---|---|
[중앙 시조 백일장-5월 수상작] (0) | 2022.07.04 |
[중앙 시조 백일장-4월 수상작] (0) | 2022.05.12 |
유종인 시조 읽기 (0) | 2022.05.06 |
(제20회 성파시조문학상 수상자 작품 : 2003 ) (0) | 2022.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