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새떼를 베끼다 / 위선환

시치 2019. 12. 11. 23:48

새떼를 베끼다 / 위선환


 

 새떼가 오가는 철이라고 쓴다새떼 하나는 날아오고 새떼 하나는 날아간다고, 거기가 공중이다,

라고 쓴다

 

 두 새떼가 마주보고 날아서, 곧장 맞부닥뜨려서. 부리를, 이마를, 가슴뼈를, 죽지를, 부딪친다고쓴다

 

 맞부딪친 새들끼리 관통해서새가 새에게 뚫린다고 쓴다

 

 새떼는 새떼끼리 관통한다고쓴다 이미 뚫고 나갔다고, 날아가는 새떼끼리는 서로 돌아본다고

쓴다

 

 새도 새떼도 고스란하다고, 구멍 난 새 한 마리 없고, 살점 하나, 잔뼈 한 조각, 날갯짓 한 개, 떨어지지않았다고 쓴다

 

  공중에서는 새의 몸이 빈다고, 새떼도큰 몸이 빈다고, 빈 몸들끼리 뚫렸다고, 그러므로 空中이다, 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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