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예(禮)/전동균

시치 2019. 9. 4. 23:59

()/전동균

 

 

한밤에 일어나 세수를 한다
손톱을 깎고
떨어진 머리카락을 화장지에 곱게 싸 불사른다
엉킨 숨을 풀며
씻은 발을 다시 씻고
손바닥을 펼쳐
손금들이 어디로 가고 있나, 살펴본다
아직은 부름이 없구나, 고립을 신처럼 모시면서
침묵도 아껴야겠구나
흰 그릇을 머리맡에 올려둔다
찌륵 찌르륵 물이 우는 소리 들리면
문을 조금 열어두고 흩어진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불을 끄고 앉아
나는 나를 망자처럼 바라본다


초록이 오시는 동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