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소울 메이트/이근화

시치 2019. 3. 20. 09:37


소울 메이트/이근화

 


우리는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 서서 비를 맞는다
젖을 줄 알면서
옷을 다 챙겨 입고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비의 기억을 되돌려주기 위해
흠뻑 젖을 때까지
흰 장르가 될 때까지
비의 감정을 배운다

단지 이 세계가 좋아서
비의 기억으로 골목이 넘치고
비의 나쁜 기억으로
발이 퉁퉁 붇는다

외투를 입고 구두끈을 고쳐 맨다
우리는 우리가 좋을 세계에서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골목에 서서 비의 냄새를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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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울 메이트는 항상 비처럼 온다. 영혼을 흠뻑 적시며 온다. 오래전에 이 시를 읽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이 시를 피할 수가 없다. 마치 내가 비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듯 속수무책 비를 맞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햇빛이 쨍쨍한 날에도 어처구니없게 비를 맞고 그 골목에 서 있어야 한다. 비는 하늘과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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