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라는 말
주영중
말이라는 빵을
고소하고 맛있게 구워야 해
그런 말을 구해야 해
빵 속에 자유라는 작은 앙금을 넣고
숨 쉬는 뇌에 사기조각 같은 날카로운 묘리를 넣고
연어들이 흘러 다니는 강을 반죽 삼아
안개 낀 새벽
길모퉁이를 밝혀야 해 그런 말을 구해야 해
복잡하게 얽힌 맛을 배워야 해
죽은 연어들이 아니라 산 연어들을
풀어놓아야 해 물살에 강이 간질거리게
대지 내음이 섞인 빵
영원히 정지하는 말 절정에서 떨어지는 말
전쟁 중인 말 비린내 가득한 말
죄도 악도 품는 말
빨간 열대어의 눈에 비친 말
인공감미료에 마비된 혀를 위해
헛소리를 위해
쓰이지 않을 시를 위해
녹다 사라지다 드디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런 맛을 남기기 위해
분주한 가루들의 치열함을 위해
빵을 향해 모여드는 보이지 않는 손 손 손
움켜쥔 주먹 속의 말처럼
이 반투명한 신앙의 날에
⸺월간 《현대시》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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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중 / 1968년 서울 출생. 2007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결코 안녕인 세계』 『생환하라, 음화』. 현재 대구대학교 교수.
출처 : 푸른 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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