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스크랩] 빵이라는 말 / 주영중

시치 2019. 2. 13. 00:41

빵이라는 말

 

   주영중

 

 

 

말이라는 빵을

고소하고 맛있게 구워야 해

그런 말을 구해야 해

 

빵 속에 자유라는 작은 앙금을 넣고

숨 쉬는 뇌에 사기조각 같은 날카로운 묘리를 넣고

연어들이 흘러 다니는 강을 반죽 삼아

안개 낀 새벽

길모퉁이를 밝혀야 해 그런 말을 구해야 해

 

복잡하게 얽힌 맛을 배워야 해

죽은 연어들이 아니라 산 연어들을

풀어놓아야 해 물살에 강이 간질거리게

 

대지 내음이 섞인 빵

영원히 정지하는 말 절정에서 떨어지는 말

전쟁 중인 말 비린내 가득한 말

죄도 악도 품는 말

빨간 열대어의 눈에 비친 말

 

인공감미료에 마비된 혀를 위해

헛소리를 위해

쓰이지 않을 시를 위해

 

녹다 사라지다 드디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런 맛을 남기기 위해

분주한 가루들의 치열함을 위해

 

빵을 향해 모여드는 보이지 않는 손 손 손

움켜쥔 주먹 속의 말처럼

이 반투명한 신앙의 날에

 

 

              ⸺월간 현대시2019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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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중 / 1968년 서울 출생. 2007현대시로 등단. 시집결코 안녕인 세계』 『생환하라, 음화. 현재 대구대학교 교수.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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