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성선경
머리는 없고 토슈즈만 있다, 가슴은 없고 토슈즈만 뛰어다닌다, 다리도 없고 종아리도 없고 토슈즈만 음계를 밟는다. 몸통은 모두 없고 토슈즈만 바쁘다, 발목 위는 없고 다 없고 토슈즈만 뛰어다닌다, 그림자도 없이 토슈즈만 뛰어다닌다, 흙먼지 위의 흙먼지 위를 토슈즈만 뛰어다닌다, 연잎 위에 물방울이 또르르 구른다, 물방울 위의 물방울 청개구리가 한 마리 또다시 뒷발에 힘을 모은다.
⸻월간 《시인동네》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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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모란으로 가는 길』『몽유도원을 사다』『서른 살의 박봉씨』『널뛰는 직녀에게』『봄, 풋가지行』등과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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