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계절/민 구

시치 2018. 4. 17. 23:14

계절/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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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가, 그림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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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목소리는

사르르 녹아버려서

계절이 지나고 나서야

귓가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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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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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마당의 눈을 치우다가

한 사람을 태운 버스가 언덕을 넘어가는 걸 보았다

그리고 너와 등을 맞댄 나무 벤치로 가서

신발 한 켤레를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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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언제나 작거나 컸고

귀에 대면 따뜻한 입김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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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모든 신발 한 짝을 붙잡고

당신인가요, 물을 수 없도록

숲은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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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잎사귀는 말라 비틀어졌는데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더 이상 번지지 않고

부서진다는 걸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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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 그림자가 말했다

사방에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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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쏘다니는 눈송이에게 다가가

백색 가루를 털어내고

신을 신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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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20183월호


민구/ 1983년 인천 출생. 2009조선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배가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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