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민 구
) -->
) -->
) -->같이 가, 그림자가 말했다
) -->
그림자의 목소리는
사르르 녹아버려서
계절이 지나고 나서야
귓가에 맴돌았다
) -->
무슨 뜻이었더라?
) -->
나는 앞마당의 눈을 치우다가
한 사람을 태운 버스가 언덕을 넘어가는 걸 보았다
그리고 너와 등을 맞댄 나무 벤치로 가서
신발 한 켤레를 주웠다
) -->
그것은 언제나 작거나 컸고
귀에 대면 따뜻한 입김을 뿜었다
) -->
버려진 모든 신발 한 짝을 붙잡고
당신인가요, 물을 수 없도록
숲은 고요했다
) -->
주변의 잎사귀는 말라 비틀어졌는데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더 이상 번지지 않고
부서진다는 걸 의미했다
) -->
같이 가, 그림자가 말했다
사방에 눈이 내렸다
) -->
맨발로 쏘다니는 눈송이에게 다가가
백색 가루를 털어내고
신을 신겨주었다
) -->
) -->
) --> ⸻《현대시》 2018년 3월호
민구/ 1983년 인천 출생. 2009년〈조선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배가 산으로 간다』.
'必死 筆寫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숙/김사인 (0) | 2018.08.17 |
---|---|
검은 어항 (외 2편)/김 륭 (0) | 2018.04.25 |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0) | 2018.01.08 |
잘 익은 시 /심재휘 (0) | 2018.01.08 |
민화 20/성선경 (0) | 2017.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