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은 시 /심재휘
밭에서 돌아와 부뚜막 앞에 앉은 외할머니가 무명치마에 묻은 참 노동의 무늬를 아궁에 털어 넣어 한 끼 곡진한 저녁을 차리시듯
갓 꺾어온 보릿대를 아궁이 속에서 적당히 태우시고, 한 움큼의 보리 이삭을 두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기시고, 검댕이 묻은 손으로 잘 익은 5월의 알맹이를 내게 건네시던 그 마음처럼
불에 그을린 말들을 비벼 말껍질을 벗겨버린다면 너에게 잘 익은 시를 건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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