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짓게 했던 임제는 풍류한량이자 자유 분방한 시인이다.
가는 곳마다 여인이 있고, 술이 있고, 시가 있었다. 안 가 본 색주가가 없고, 모르는 기생이 없고,
그의 발길이 가지 않은 명승지가 없었다.
산수로 오유(娛遊)하며 풍류 속에서 살았다.
마치 조선 최후의 풍류남아 안민영(安玟英)과 대비 될만하다고나 할까?
사랑도, 세상도, 인생도 한 갓 뜬구름 같다며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의 여인
기생 한우(寒雨)가 붙잡는 옷소매를 뿌리친 것을 보면....
노래 또한 명창이었다.
그녀는 풍류남아 임제가 부르는 한우가(寒雨歌) 한 곡조에 마음의 빗장을 풀고 깊고도
불같이 뜨거운 정염의 밤을 보내고 일편단심으로 풀 섶의 바람처럼 스쳐간 짧은 한 순간의
사랑을 간직한 채 임제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다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
부른 노래로 뜨겁고도 은근한 열정단심(熱情丹心)이 잘 드러나 있다.
이만한 멋과 연심(戀心)을 은근하고 적나라 하게 표현한 시가 동서고금을 통하여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기생 이름인 한우의 순수한 우리말은 곧 찬비가 된다. 따라서 '찬비'는 기생 '한우(寒雨)'를 은유한 것이고,
'마자시니'는 '비를 맞다'는 뜻도 되지만 '맞이한다(迎)'의 은유이다.
'오늘은 그리던 한우 너를 맞았으니'의 뜻이다.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자게 되었다’는 ‘찬비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니
얼마나 차가운 여인이겠으며 그러니 얼어 잘 수밖에 더 있겠는가’ 라는 직역도 가능하지만, '얼어 잘까'는
'임 없이 혼자 웅크리고 자는 이불 속의 쓸쓸함' 을 암시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어이 얼어 잘이 므스 일 얼어 잘이'는 '무엇 때문에 찬 이불 속에서 혼자서 주무시렵니까.
저와 같이 가슴 맞대고 따뜻하게 주무십시요,' 하는 은근한 정담(情談)이다.
즉 ‘찬비 맞았으니 마땅히 언 몸을 녹여 자야지요’ 하고 임제의 꽁꽁 언 손을 자기의 고운 손으로 감싸 쥔 채
뜨거운 가슴에 묻게 하는 기생 한우의 다정다감한 모습은 우리의 숨결을 일 순 멈추게 한다.
비록 이름은 찬비이지만 실제로는 뜨거운 가슴을 지녔기에 아무리 꽁꽁 언 몸이라도 포근히 녹여 드릴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