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근로자문화예술제 최고 대통령상 시
만월 / 김상현
길림성 해란(海蘭)강변이나 한강변 달맞이꽃은 노랗지요
면 뽑을 때마다 그늘도 분틀 타고 기어 나와요
그녀의 젖은 손이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다지고
또 다진 물컹이는 그늘 말이지요
골목은 휘청대는 오줌 불러 흥건히 달빛 받아내네요
어둠이야 얼얼한 양파 삼키는 춘장만 하겠어요
손님 어깨에 희번득 묻어오는 달빛만 있어주면 되겠죠
그녀는 수십 개의 노란 달 조각을 건져 올리고
밤하늘을 한 숟갈 찍어 양파 옆 칸에 털어내지요, 툭!
그녀가 담아온 면발 모락모락 이는 김은
땡볕에 대인 손님 양 입술 끝을 잡아 올리네요
밤새 꽃 피우고 아침이면 시들어야 할 그녀는 꽃물 들여요
볶음밥 위의 계란프라이도 꽃물 들이고
짬뽕에서 건져 나오는 면발들도 노란 꽃물 들이죠
짜장면도 달맞이꽃물 들었는 걸요
심야 중국집 짜우동 간판 아래 사람들은 뜸하게 오고
취해 오고 취해 나가고
염병할 옌볜(延邊) 조선족이라는 소문에 단골마저 끊겨서는
양파 까는 재채기에 주방의 거미줄이 흔들리네요
돈궤 가득 채운 춘장 같은 어둠에 한 방울 이슬 떨구고
그녀가 키우는 달맞이꽃은 달빛 밖 어둠 길어다 먹고요
자고 일어나면 왜 그리 붓는 겐지 누런 얼굴만 넓어가네요
선술집 뒷골목에는 짜우짜우 짜우동이 있고요
문 미는 뜸한 손님들이 있고요
프라이팬 속 춤추는 밥알들이 젖은 양파와 등 두드리며
달맞이꽃으로 피어나는 기적이 있고요
툽툽한 얼굴 노르랑노르랑 익어가는
그녀가 있어요 한 석 달쯤 늙은 호박 푹 달여 먹을 거라는
부은 만월(滿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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