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웹진시인광장 신인상 당선작]
■ 호모루덴스 외 4편 / 배익화
■ NGC 5252* 외 4편 / 임태경
호모루덴스
나는 질병의 문학도, 담배 한개비에 몽환적 유희를 낳고
사물과 풍경과 침잠하는 사유는 황량한 도로를 질주하는
헤드라이트의 교차로, 사막을 유영하는 건조한 유목의 언어들,
이내 쓰디 쓴 커피향과 함께 도로를 질주하며
밤마다 찾아드는 불면의 언어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처절한 사투에서 한 마리 거대한 허무주의만 낚고
세속의 사태를 교살하고 있다
거대한 물고기는 은밀한 배교자, 어둠 속에서 피는 나태의 천일야화,
퇴락을 반복하는 영겁회귀의 데카당스,
질병의 문학도가 거처할 곳은 문학을 버리고, 사랑을 버리고, 영혼을 버리고 악마와 교신하는 타락한 천사의 미로, 미지를 순례하는
어둠을 낳은 빛의 그림자, 그림자의 그림자, 생멸하는 의식 속을
무한분열하는 회색의 언어들,
커피와 끽연과 일탈과 통정하는 언어의 식민주의, 돌아서면 초라한
침묵만이 고통스럽게 반겨주는 불온한 악마,
무표정
온종일 낡은 지폐처럼 떠돌던 오후, 다가오는 낯선 남자와 여자와추억이 황량하여 쓸쓸한 하루는 묘비처럼 서 있다 아파트 17층 여자는무료한 시선으로 베란다에서 이불을 늘고 있고 놀이터에는 집을 나간 고양이들이 텅 빈 쓰레기통을 뒤지는 저녁, 실내에는 창문을 비집고 들어온 햇빛과 먼지, 건조한 공기와 차와 찻잔이 놓여 있고 황사가 부는 날이면 집집마다 굳게 닫혀 있는 문들은 침묵을 지키며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인사도 없는 도시의 여자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달마다 우편함에 꽃혀있는 관리비 고지서를 들고 오던 날, 생의 달콤한 것들의 외출로 쓸쓸한 노래도 없이 무표정한 하루가 고장난 시계처럼 흐르고 있다
지구별 여행자*
1.
상실의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거품을 사랑한다 그들의 창고엔 끊임없는 식욕을 가진 황금식탁이 있고 폐수를 배설하는 도시의 수족관에는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검은 물고기들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결핍의 계절이 돌아오면 집을 버리는족속들, 거품이 자라는 곳에 페허가 자란다 낙타도 없이 사 막을 여행하는 도시의 여행자가 몸살을 앓는다
2.
외로운 밤에 별이 뜨면 달과 구름과 바람을 부르는 초원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포도나무 덩쿨에서 밀주를 담고 지구의 종말을 예언하는 사과나무를 심는다 정원에는 달빛이 떨어지는 우물에서 꿈을 길어 올리는 목동들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순한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사막의 낙타와 함께 먼 여을 준비한다
3.
수채화같은 그녀가 걸어 오고 있었다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 그녀가 갈길을 재촉하고 바다로 바다로 달려가고 있었다 물새도 없는 바다, 황량한 겨울의 백사장 구석에서 화토장 하나가 뒹굴고 우리의 오늘은 밤을 만나러 이름도 모르는 도시의 새들을 만나러 맥주와 시와 음악이 있는 도시로 몰려가고 있었다 날개 꺽인 새들은 주섬주섬 자신이 주워 온 먹이를 내 놓고는 제가 머물던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이별을 고하고 그녀와 나는 손을 잡고 이국의 향기에 취해 아무도 돌보지 않는 지구별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더운 내 손의 감촉이 전해지면서 먼 옛날 동화에 나오는 님프처럼 우리의 가슴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 류시화 시인의 여행기 '지구별 여행자'에서 인용
뜬구름
작은 마을에 뜬구름이 나타나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산 속의 노승이 도술을 부리는 구름이라는 말도 있고 미국에서 보낸 위성구름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어느 유명한 쪽집게 무당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뭉게구름의 원혼이 구천을 떠도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급기야 뜬구름은 뉴스특보에 나오기 시작했고 먹구름으로 변해 천둥 번개를 동반한 사나운 폭우로 변할 수도 있으니 외출할 때는 단단히 준비하고 주의를 할 것을 국민들에게 알렸습니다.
뜬구름을 배경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텔레비전에서는 드라마가 제작되었습니다. 가수들은 뜬구름을 노래하고 기자들은 뜬구름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였습니다. 뜬구름이 나타나면 나타났다고 야단법석이고 뜬구름이 사라지면 사라졌다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촛불시위가 일어난 것도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것도 뜬구름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았습니다. 그 때마다 주가는 폭락하였고 주식시장에는 뜬구름 장세가 형성되었습니다.
경제가 불안해지자 뜬구름을 잡기 위해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였습니다. 작은 마을에 경찰 병력을 주둔시켰고 군 부대에서는 헬기를 동원하였습니다. CNN 뉴스에서는 요코스카 항에 정박하고 있는 미 7 함대가 뜬구름 쪽으로 항로를 변경하였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래도 뜬구름이 잡히지 않자 미모의 여배우를 동원하여 미인계를 써보자는 작전도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뜬구름이 전 국민이 보고 있는 뉴스에서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뜬구름은 뜬구름일 뿐입니다."
푸념
나의 하루는 그러하다. 찬밥 한그릇과 제멋대로 뒹굴고 있는 책갈피 하나, 가난과 쓸쓸함이 낡은 악기처럼 궁상을 떨고 있는 하루는 휑한 바람이불면 집을 나간 거리의 고아가 동네의 놀이터에 있는 빈 쓰레기통을 뒤지는 무료한 거리, 그 거리를 활보하는 아이들과 동네 아주머니들 몇몇이 조그만 햇살을 쬐는 놀이터의 평상에 앉아 군것질을 하는 풍경이 내가 가진 잡화들이다.
빈처가 밤 늦은 때에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면 빈처의 바가지가 낡은 음악처럼 변주된다. 바가지에는 10년 전에 먹다 남은 쉰밥이 소란을 피우는데 새는 바가지의 쉰밥을 먹다가 체하는 날이면 왠지 울컥해진다. 가난과 쓸쓸함, 어딘지 모르는 외로움까지 내 위장속에서 스멀 스멀 기어나와 폭발을 하는 것이다.
이럴때면 죽고싶어진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까닭모를 존재의 이유를 물으면서 밤 하늘의 별을 안고 있는 그대의 눈부신 사랑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흘러간 옛노래처럼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 당신과 나의 그 누구도 대신하지 못하는 가난한 망루에 피어난 지란의 애틋한 노래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오늘같이 방구석에 뒹구는 휴지처럼, 가망없는 가난한 시인의 하루처럼,
배익화
1989년 동아대학교 졸업.
NGC 5252*
왼쪽으로 기울기 위해서는 3억 광년의 날갯짓이 필요해.
누워 천장을 보네. 지구가 과언으로 매달려 있는데, 매일 뒤채던 밤은 서로 친친 감고 있는 어둠 이후의 지구 혹은 지구 이후의 어둠을 보여주었으므로, 나는 알게 되었네.
우수수 질문하는 지구가 지나가고, 그 뒤를 침묵하는 어둠이 지나가네. 정해진 호흡과 냄새를 따라가는 개미들처럼, 하얀 손으로 눈을 감싼 채 당신이 지나갈 때 나는 알아차렸네. 수없이 번개처럼 스치던 히치하이커들이 버려진 광주리처럼, 모래시계의 떨어지는 모래처럼, 미스테리하게 실종되고 있다는 것을.
끓어 넘치는 마음의 흰 쌀죽을 흘리며 하하 웃으면, 수없이 부딪친 지난밤이 단단한 경계를 벗어나고, 우리의 마음은 조용히 일치되고 만다는 것을. 더는 철없는 명분으로 홀연히 머무를 수 없네. 이제는 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네.
친친 감긴 채 천장에 매달려 이제는 눈도 없어지고, 귀도 없어진 어둠에서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의 날갯짓으로 3억 광년이나 멀어졌네. 하지만 우리는 잊은 것을 잊고 지금도 동행 중인지 무섭게 수수께끼를 푸네. 담벼락에서 처진 별들이 왼쪽으로 기울어 호젓이 빛나고 있네.
* 지구에서 3억 광년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블랙홀.
커리큘럼
젖은 눈곱을 떼어내며 하늘을 본다.
무서우리만치 타는 해를 물고 날던 까마귀가 연못 속으로 해를 던져 놓자, 연못이 크게 놀라 해를 받아내지 못하고 토해버린다. 연꽃들이 부르르 타오른다.
느릿하게 지나가는 여름, 송골송골 올라오는 땀을 닦으며 몇 년 혹은 몇 십 년 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나열해 본다.
결코 뜨겁지 않았지만 뜨겁던 시간
애초에 추억이 없었던 누추한 공간
아직 하지 않은 말처럼 떠벌려진 사람
오뉴월 햇볕의 목마름이 날카롭다. 적막이 쩍- 다 익은 수박처럼 급하게 갈라진다. 잃어버린 것들의 일정한 차이를 맞추는 데 필요한 울음이 희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유목민으로 산다는 건 반쪽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것.
잃어버린 것들이 울며 연못 속으로 사라진다. 죽음 같던 잉어들이 날름 받아먹는다. 저 아귀 같은 입을 쩍 벌려서 농밀한 물을 아가미로 흘려보낸다.
의문을 가져볼 즈음, 페스트 같은 천둥이 쳤다. 급격히 팽창된 몇 만゚c의 공기 속에서 정확히 5초 뒤에 반쪽자리 사랑을 떼어내듯 젖은 눈곱을 떼어내며 하늘을 본다. 마냥 공허하던 연꽃이 비로소 달처럼 아련해진다.
몸의 기원
비 개인 오후 5시, 딱딱해진 것을 가져본 적 없는 지렁이가 납작하게 죽어 있다. 내가 밟아 죽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옹송그리며 지렁이의 몸에 새카맣게 들러붙은 똥파리들! 잘 차려진 식사 중이다. 태(胎)처럼 맨몸뚱이였던 내부로부터 뜨겁게 터져 나온 얼룩이 앞뒤를 찾던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는 걸 똥파리들은 알까? 저 죽음과 같은 공간에 있는 비에 젖은 흙냄새가 내 폐를 최대한 부풀린다.
흙이 묻어 지저분한 무거운 신발로 채 마르지 않은 가벼운 지렁이의 죽음을 구석으로 밀어준다.
살았던 침묵을 다시 한 번 느껴보라고,
앞뒤 없던 생은 짐이었으므로.
내가 일찍이 보았던 침묵의 텅 빈 시간 같은 마른 낙엽들을 잘 비벼서 덮어 준다.
비 개인 오후,
먼 곳에서 속뜻도 모르는 풋살구 냄새가 날 것도 같아,
가벼움은 늘 무거움 뒤에 온다.
직관적 간증
매일밤 이웃한 십자가가 붉게 켜지면 내 방은 카바레로 변해요. 나 혼자 지르박을 추는 밤, 미쳤다고 하겠지만 선악은 백지장 같은 무게로 한 데 뭉쳐 싸우고 있는 걸요. 어차피 불가능한 간증이지만 마음에서 마음을 찾는 밤이면, 결국 간증은 빨갛게 부끄러워하며 뱅글뱅글 돌아요. 터미널에서 우연하게 마주친 우리의 오늘은 바쁘지 않은 재촉을 서두르며 어색한 눈인사로 끝났네요. 무언가 말하려던 당신의 입술이 자꾸만 떠올라 오는 내내 조금은 설레었던 것도 같아요. 오늘밤도 내 방에서 아무도 듣지 않은 간증을 끝내고 지르박이나 추어야겠어요. 갱년기같이 깊어가는 열대야의 밤, 고장 난 에어컨의 리모컨을 한없이 눌러보며, 아직은 몇 십 년 더 돌 수 있음을 알았네요. 먼 데서 폭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을 밤하늘 먹구름이 몰고 오네요.
삽화
하늘에 빈자리가 생겼다. 그 후
구름과 바람과 비와 번개와 별과 달과 해와 같이 살던 새 한 마리가 없다.
하나의 공백은 그렇게 있다.
가끔은 땅에 있다 오기도 했기 때문에 잠들기 전엔 없으리라 믿었다.
흰 눈 가득한 겨울이었고
별을 닮은 눈을 한 새는 발끝으로 맞닥뜨린 물고기들을 잡아 올리곤 했다.
바람을 닮은 날개로 새는 마치 어제처럼 오래된 길로 돌아올 것 같다.
새는 버릇처럼 하늘에 한 점을 찍고 날아갔을 뿐인데 점점 새의 빈자리는 태양처럼 동그랗고 붉게 커져있다.
뻔히 저기 있는 걸 알았으나 아득하게 사라진 새들은 없는 날을 만나 돌아오지 않았다.
날카로운 얼음에 발이 베일 때면
밤이면 밤마다 내게 없는 나를 안고 자고 새벽을 시작할 때도 내게 없는 나를 안고 일어났다.
그때마다 새들은 더 몰래 날아올라 돌아오지 않을 궁리를 했다.
저 공백은 신보다 더 오래되어 가고 있다.
겨울에 있는 모든 빈자리는 어디에 새겨질까.
임태경
1970년 서울에서 출생. 방송대 국어국문과 졸업.
제5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賞 공모 심사 경위 및 심사평
호모루덴스의 진정성과 호모사피엔스의 핍진성(逼眞性)
문학작품에서 핍진(逼眞), 핍진성(verisimilitude)의 주요 관점은 무엇일까.
逼眞; ‘모자랄 逼’, ‘다할 眞’
한동안 유행어처럼 자주 등장하다가 어느 한 순간 풀죽은 듯이 비평용어에서 시들해진 이 단어가 요즘 들어 다시금 새삼스럽게 비평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逼眞하다: 다하여 없어지다. 진실에 이르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다. 생동감(vividness) 있는 묘사와 서사에 힘입어 역동적, 박진감이 느껴지다. 등등.
소설비평가들이 추구한 핍진성은, 작품의 구성과 서사가 치밀하고 탄탄해서 그 서사적 허구가 현실에서보다 오히려 더 그럴싸한, 바로 있음직한 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짐, 그러므로 있음직한 신빙성을 담보로 독자에게 신뢰가 느껴지는 정도를 핍진성의 기준으로 삼았다.
핍진성이 평자의 입에 자주 오르는 단어가 되었다면 진정성(眞正, authenticity)이라는 단어는 오히려 사용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든 느낌이다. 그것은 왜 그럴까. 비슷할 것 같으면서 서로 상이하게 다른 두 단어의 뜻을 비교하고 싶으면 오늘 우리가 배출하는 두 신인들의 작품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게 될 것이다.
올해도 다양한 계층의 문학도들이 웹진 『시인광장』을 노크했다.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지원자가 정성을 다한 작품을 응모해줘서 고맙다. 그중에서 어떤 지원자들은 3~4년 연속해서 매년 새로 쓴 습작을 다듬어 정성스럽게 응모한 경우도 있다. 한 편 한 편 최선을 다해 보내준 작품인 만큼 단 한 편의 응모작도 소홀히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심사방법은 편집실에서 정리한 응모작품을 『시인광장』 편집위원 전원에게 회람하여 서로 다른 시각으로 꼼꼼히 심사하였음을 밝힌다. 편집위원 작자의 주관대로의 예심을 통해 각기 2명씩을 추천, 다득점 순서대로 우수작을 가려내는 방식을 택한 것. 예심을 맡아주신 17명의 편집위원이자 심사위원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백겸 김미정 김명원 김영찬 김유석 김지율 박정희 박해람 손현숙 우원호 윤의섭 이수진 이영혜 전소영 정다인 정원숙(가나다순) 등.
이렇게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우리는 김성진, 김순희, 배익화, 임태경, 한지혜 등 5명의 탁월한 응모자를 본선에 진출시켰다. 본선에 든 위 다섯 명의 응모자 외에 허유미 전미주 등의 작품이 열외가 된 것이 안타깝다. 비교적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으나 소위 끌림이라는 장치로 유혹하기에는 실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작품을 선별 심사하다보면 무엇보다 심사위원의 피로한 눈길을 끌어당기는 작품이 우선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최초의 독자나 다름없는 심사위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장치가 잘 된 즉 끌림이 강한 시가 어느 정도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인으로서 신인다운 신선한 소재선택에 눈에 번쩍 띄게 개성적인 문체가 돋보일 경우, 심사위원의 발길이 그 작품에 오래 머물게 될 거라고 조언하고 싶다.
본심에 든 작품을 들고 우리는 인사동에 모여 6명이 최종 심사를 하게 되었다.
<올해의 좋은 시 상>을 뽑은 직후 바로 그 자리에서 외부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김행숙 시인과 더불어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 우원호 대표, 편집위원 윤의섭 교수, 편집장 정다인 시인 및 부주간 김영찬 시인 등이 시인광장 주간 김백겸 시인을 심사위원장으로 본선에 오른 작품을 놓고 토론한 결과 임태경 박익화 등 2명이 신인으로 당선되었다.
임태경의 시는 훌륭한 서사(narrative)에 힘입어 작품의 핍진성이 크게 돋보인다. 그의 시는 폭 넓은 정보력을 토대로 행간의 외연이 넓으며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함축한다. 충분한 독서와 많은 습작을 거친 내공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심사위원들 중에는 임태경의 시가 지나치게 작위적이지 않으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서사력이 아직은 고차적인 핍진성을 담보할 단계에까지는 도달하지 않은 신인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임태경의 시가 출중한 서사로 핍진성을 향해서 편향돼 있다면, 배익화의 시는 그 반대로 진정성 쪽을 향하는 묘사(description)에 쏠리고 있다. 즉 배익화의 시는 억지 부리지 않고 그냥 담담히 소박하게 진술하려는 듯한 묘사가 압권이다. 가끔 미숙한 문체가 눈에 거슬린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요설이나 과장이 진지한 서사가 오히려 진정성으로 다가오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재미있는 것은, 본선 심사위원들이 두 신인을 놓고 서로 다른 취향으로 각기 다른 관점에서 임태경의 시와 배익화의 시를 혹자는 과소평가 혹자는 과대평가로 엇갈리기도 했었다는 것조차 재미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6명의 심사위원 전원이 합의에 의해 두 신인의 문단진출을 다 같이 확정하였다. 두 신인들이 웹진 『시인광장』 새 얼굴로 편입된 것을 환영한다.
새로운 출발에 서광이 있기를 바라며, 축하를 보낸다.
김영찬(시인, 시인광장 부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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