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土雨)/권혁재—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평택 三里*에 비가 내렸다
저탄더미 속에 들어간 빗물이
검은 까치독사로 기어 나왔다
석탄재 날린 진흙길 따라
드러누운 경부선 철길
裸女가 흘린 헤픈 웃음 위로
금속성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차가 얼굴 붉히며 지나갔다
한 평 쪽방의 몇 푼어치 사랑에
쓸쓸함만 더해주는 汽笛 소리
누이의 嬌聲이 흘러 다니는 三里
누이의 꿈은 거기에 있었다
밤마다 사랑 없는 사랑이
하늘로 가는 문턱을 움켜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축축한 신음소리만 되돌아오는
갈 길 먼 꿈들은, 驛廣場에 쏟아져 나와
가슴 뚫린 퍼런 그림자로 떠돌아 다녔다
갈 수 없는 가난한 어머니의 품을 찾아서
무뚝뚝한 하행선 열차가 떠나가고
반시간 쯤 후에 비가 내렸다
부활의 율동으로 옷을 벗는 누이,
三里에 내리는 비릿한 土雨.
*평택삼리 : 평택시 평택동 삼리(三里)번지에 있는 사창가로 흔히 삼리라고 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