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극치/고영민

시치 2013. 2. 8. 23:48

 

극치/고영민

 

 

개미가 흙을 물어와

하루 종일 둑방을 쌓는 것

금낭화가 핀 마당가에 비스듬히 서보는 것

소가 제 자리의 띠풀을 모두 먹어

길게 몇 번을 우는 것

작은 다락방에 쥐가 끓는 것

늙은 소나무 밑에

마른 솔잎이 층층 녹슨 머리핀처럼

노랗게 쌓여 있는 것

마당에 한 무리 잠자리 떼가 몰려와

어디에 앉지도 않고 빙빙 바지랑대 주위를 도는 것

저녁 논물에 산이 들어와 앉는 것

늙은 어머니가 묵정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것

어스름녘,

고개 마루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체부가 밭둑을 질러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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