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귀신고래회유해면 / 권수진

시치 2012. 12. 4. 01:58

귀신고래회유해면 / 권수진 


우리들이 밑줄 친 수평선 어디쯤인가

잃어버린 바다의 문장에 대해

고래가 쓴 필적을 따라가 본다

행간과 행간 사이로 흐르는 파도는

울산만 해변에 목차를 펼쳐 놓고

당신이 필사한 두꺼운 전집 어느 한 구절에서

귀신고래의 훈독은 멈추었다

망망대해 뒷장에 수록된 포경선 한 척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더 이상 장생포 앞바다를 읽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