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의 시, 서정이 살포시 스며들다
시 - 황병승 ‘앙각쇼트’ 외 9편
시인 황병승은 ‘한국 시의 뇌관’이었다. 시로 다 말해 더할 말이 없다는 그의 세 번째 시집이 올 가을 나온다. [사진 문학과지성사]
시인 황병승(42)은 한국 시단의 ‘문제적 작가’다. 소위 ‘미래파’로 분류되는 한 극단(極端)의 상징인 동시에 2000년대 이후 한국시의 변화 한복판에 서 있는 작가여서다.
2005년 세상에 나온 그의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가 던진 충격파는 컸다.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황병승은 동시대 한국 시의 뇌관이다”라고 평했듯 기존의 문법을 넘어선 황병승을 둘러싼 논란은 팽팽했다. 『여장남자 시코쿠』는 최근 문학평론가 75명이 뽑은 한국 대표시집에 1990년 이후 출간된 시집 중 최승호 『세속도시의 즐거움』(1990)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시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에도, 해석 불가의 시인이라는 세간의 평에도 정작 황병승 자신은 이렇다 저렇다 말을 더하지 않았다. 6년 전 미당문학상 본심 후보작 인터뷰와 똑같이 이번에도 그는 “자신의 시에 대해 말해야 할 때가 제일 싫다”고 했다.
“내 시집에는 메타시들이 여러 편 있다. 시로써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는 변(辯)으로 입을 닫았다. 왜 시를 쓰는지 설명하고, 시가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이야기란 것이다. 모든 걸 독자의 몫으로 남기겠다는 뜻이리라.
그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의 시는 변화의 시기를 건너는 듯하다. 예심위원들은 그의 시에 등장하는 시적 주체가 자신을 향하며 성찰하는 모색기를 거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로 외부로 방향을 틀었던 그의 시에서 자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심위원인 류신 중앙대 교수는 “황병승의 시에 서정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수투성이의 첫사랑을 훑은 ‘커튼 뒤에서’ 같은 작품이 그렇다. ‘너무 많은 자들이 상처 입었고 너무 많은 자들이 떠나갔다’고 읊조렸다.
방향을 바꾸는 건 앞으로 나갈 속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전위의 최극단에 서있는 그가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런 탓일 테다. 예심위원인 송승환 시인은 “황병승이 자기 언어를 세공화하며 다소 정체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 가을 그의 세 번째 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절판됐던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도 복간된다. 예심위원인 조재룡 고려대 교수는 “황병승의 경우 첫 시집의 임팩트(충격)가 워낙 강해서 이를 어떻게 메워가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만에 나오는 시집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하현옥 기자
◆황병승=1970년 서울 출생. 2003년 ‘파라21’로 등단. 박인환문학상(2010) 수상.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시 - 황병승 ‘앙각쇼트’ 외 9편

시인 황병승(42)은 한국 시단의 ‘문제적 작가’다. 소위 ‘미래파’로 분류되는 한 극단(極端)의 상징인 동시에 2000년대 이후 한국시의 변화 한복판에 서 있는 작가여서다.
2005년 세상에 나온 그의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가 던진 충격파는 컸다.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황병승은 동시대 한국 시의 뇌관이다”라고 평했듯 기존의 문법을 넘어선 황병승을 둘러싼 논란은 팽팽했다. 『여장남자 시코쿠』는 최근 문학평론가 75명이 뽑은 한국 대표시집에 1990년 이후 출간된 시집 중 최승호 『세속도시의 즐거움』(1990)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내 시집에는 메타시들이 여러 편 있다. 시로써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는 변(辯)으로 입을 닫았다. 왜 시를 쓰는지 설명하고, 시가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이야기란 것이다. 모든 걸 독자의 몫으로 남기겠다는 뜻이리라.
그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의 시는 변화의 시기를 건너는 듯하다. 예심위원들은 그의 시에 등장하는 시적 주체가 자신을 향하며 성찰하는 모색기를 거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로 외부로 방향을 틀었던 그의 시에서 자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심위원인 류신 중앙대 교수는 “황병승의 시에 서정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수투성이의 첫사랑을 훑은 ‘커튼 뒤에서’ 같은 작품이 그렇다. ‘너무 많은 자들이 상처 입었고 너무 많은 자들이 떠나갔다’고 읊조렸다.
방향을 바꾸는 건 앞으로 나갈 속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전위의 최극단에 서있는 그가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런 탓일 테다. 예심위원인 송승환 시인은 “황병승이 자기 언어를 세공화하며 다소 정체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 가을 그의 세 번째 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절판됐던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도 복간된다. 예심위원인 조재룡 고려대 교수는 “황병승의 경우 첫 시집의 임팩트(충격)가 워낙 강해서 이를 어떻게 메워가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년 만에 나오는 시집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하현옥 기자
◆황병승=1970년 서울 출생. 2003년 ‘파라21’로 등단. 박인환문학상(2010) 수상.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