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빨간 잠 / 천수호

시치 2011. 7. 27. 01:18

빨간 잠 / 천수호

 

그녀의 아름다움은 졸음에 있다

 

빳빳 헛헛헌 날개로 허공을 가린 저 졸음은

겹눈으로 보는 시각의 오랜 습관이다

 

'아름답다'라는 벼랑 위

붉은 가시 끝이 제 핏줄과 닮아서

잠자리는 잠자코 수혈받고 있다

 

링거바늘에 고정된

저 고요한 날개

잠자리의 불편한 잠은

하마, 꺾이기 쉬운 목을 가졌다

 

아름다움은 저렇게

알면서도 위태롭게 졸고 싶은 것

등이 붉은, 아주 붉은현기증이다

 

오래 흔들린 가지 끝

저기 저 꿈속인양 졸고 있는

등이 붉은 그녀

 

그녀의 아름다움은 위태로움에 있다

 

 

웹진<시인광장>2009,올해의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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