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스크랩] 어처구니(於處軀尼)와 잡상(雜像)

시치 2011. 7. 12. 16:07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있는"어처구니(於處軀尼)없다"라는 말은, 漢字語로는 "어디에다가 
몸을 둘지 모른다"는 의미로,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 또는 "맷돌의 손잡이"를 뜻하는 
이 말은 "어이없다"는 말과 같이 쓰여 "하도 엄청나거나" 너무도 뜻밖인 일"을 당하거나 "해서는 
안 될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어처구니'란 궁궐이나 지체 높은 집의 지붕을 올릴 때 지붕 위나 처마 끝에 쪼르르 올리는 
흙으로 만든 익살맞게 생긴 동물들의 조형물입니다. 
이 '어처구니'들을 갖가지 다른 형태의 상(像)이 모여 있다하여 잡상(雜像)이라고도 부릅니다.
중국에는 황제가 기거하는 건물엔 11마리의 잡상이 있고, 세자의 경우는 9마리, 그 외의 격이 
낮은 경우는 7마리로 정해져 있지만,우리나라는 특별히 이러한 규칙을 따르지는 않고 있어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에는 9 마리 이지만, 경회루에는 11마리가 놓여있다고 합니다.
유몽인이 남긴 "어우야담'에 따르면 어처구니는 궁궐이나 도성 성문에 3개에서 11개가지 올라가는데
각각 내림마루나 귀마루의 끝으로부터 위로올라가면서, 
대당사부(삼장법사 현장), 
손행자(손오공), 
저팔계(猪八戒),
사화상(사오정沙悟淨),
이귀박, 
이구룡, 
마화상, 
천산갑, 
삼살보살, 
나토두, 
등으로 서유기(西遊記)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조형(造形)되어 있습니다.
특히 손오공은 "공을 깨닫는다"라는 뜻이고,저팔계는"여덟가지계율" 그리고 사오정은 "다섯 가지 감정" 
이란 뜻이랍니다.
입이 두개인 이구룡은 잠시도 쉬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저팔계"는 술을 먹고 천도복숭아 나무를 몽땅 
뽑아버렸고 손오공"은 상제와 똑같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선녀들을 골탕먹이고, 사화상(사오정)"은 
연못의 물을 모두 마셔버렸고, 대당사부"는 사람들이 죽는날을 똑같이 만들어버려 하늘나라는 말썽꾸러기 
이 "어처구니"들로 정신이 없었다고 하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옥황상제는 "어처구니"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려 굴비 엮듯이 묶여 옥황상제 앞에 끌려온 어처구니'들에게 옥황상제는 사람들을 
해코지하는 "손"이라는 귀신을 잡아오면 용서해주겠다고 했답니다.
이사를 하거나 무슨 큰 행사가 있을 때, 흔히 "손 없는 날"을 골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여기서 "손"은 날수에 따라 사람들이 가는 쪽을 따라 다니며 심술을 부리는 귀신(鬼神)으로,
손' 은 "손님'을 줄인 것으로 "두신(痘神)"을 일컫는 말입니다.
옛날엔 "천연두"가 얼마나 무서운 병이었는지 짐작이 가시지요?
손'은 음력(陰歷)으로, 1 이나 2 가 들어가는 날은 東쪽에 3이나 4가 들어가는 날은 西쪽에, 5나 6이
들어가는 날은 南쪽에, 7이나 8이 들어가는 날은 北쪽에 있다고 하며, 9와 0 이 들어가는 날은 하늘로 
올라가 있으므로 귀신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손"없는 날은 끝자리가 9와 0 이 
들어 간 날이 길일(吉日)이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손'이 잡혔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있으니,"어처구니"들은 지금도 추녀마루에서 눈을 부릅뜨고
"손"을 찾고 있나봅니다. 게다가 이 "어처구니"로 대변되는 놈들은 초능력을 가진 동물들로 이런 동물들의
조각상을 지붕 위 처마 끝에 올리는 것은 대들보를 올리는 상량식과 같은 풍습으로, 궁궐이나 집안 구석진 
곳에 도깨비나 귀신 등 악귀가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주술적 의미가 있습니다.
일설엔 중국의 당 태종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귀신을 쫓기위해 병사를 지붕 위에 올린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궁궐이나 집을 지을 때 이 "어처구니'를 깜빡 잊고 올리지 않은 것을 발견하곤 
사람들이 기와장이들을 쳐다보며, 쯧쯧" 어처구니가 없구먼" 하고 혀를 차곤 했답니다.
대개 큰일엔 신경을 곤두세워도,'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말라"는 말의 여파인지, 사소한 일은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 말에는 소아적인 집착을 질타하는 의미가 있습니다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큰일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것입니다. 거대한 산에 발이 걸려 넘어진 사람은 없지만, 작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진 
사람은 부지기수 이듯이, 큰일이 망쳐지는 것은 신경 쓰지 않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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