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땀냄새

효성그룹의 생가를 가다-군북면 신창마을

시치 2011. 4. 1. 22:13

 호암과 함께 또 다른 재계의 큰 인물인 만우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생가는 정암에서 멀지않은 군북면 동촌리 신창마을에 있다. 호암 생가로 부터 약15㎞쯤 떨어져 있다. 군북역에서 동남쪽으로 700m쯤 들어간 논 한복판에 한적한 동네, 옛날에는 꽤 크고 부유했던 마을이었음을 직감으로 느낄수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니 덩시렁 기와집들의 군락에서 부티를 간직하고 있다

국부라고 일컫는 재벌들의 생가를 방문하면서 빠질수 없는 풍경 하나, 속절없는 빈집과 폐허다.

생가의 완곡한 토담을 끼고 돌아가다 보면 영락없이 마주치는 폐가의 풍경, 아이러니를 느낀다. 이 마을에도 폐가는 부지기수다.

 견고하리만치 정돈된 토담을 끼고 굳게 닫혀있는 대문, 먼발치에서 느끼고 돌아가기엔 여기까지 달려온 여정이 아깝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부른다. 담넘어 시선을 떨구었다는 죄책감에 엉거주춤 대답을 하고보니 할머니가 들어오란다. 고택의 관리는 효성에서 하지만  행랑채에 살면서 그냥 소일하고 계신다는 할머니가 마냥 부럽다. 이 좋은 집에서 혼자 살다니...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실컨 보고 느끼라고 손짓으로 독려를 하신다.

 사랑채, 정갈한 품새가 위엄을 드러낸다.

 행랑채, 할머니가 이곳에 살면서 아직도 땔나무를 이용해 난방을 하신단다.

 몸채, 5칸 겹집으로 아담하지만 위풍당당 고가에서 부의 향훈이 스며있다.

 안마당에 흐드러진 백목련과 미루나무,  끄트머리에 둥지를 튼 까치집의 모습이 한적한 농촌의 향취를 느끼게 한다.

 몸채 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중, 오늘은 또 누구랑 더불어 세상을 논할꼬? -이쯤 되면 안주인의 위상이 하늘을 찌릅니다.

 庫房, 문을 열고 구휼을 독려하시는 안주인은?

 조회장의 삼촌이 살았다는 작은집, 지금은 빈집으로 방치되어있다. 여기서 보이는 까치집은 또 무엇을 말하려는가?

 조씨 왕가의 재실, 5대째 보존해오고 있는 조상 숭배 사상이 복을 불러 왔을 것이다. 

 마을 끄트머리에 시방 한창인 건설 현장에서 개발의 함마소리가 울창하다. 억수로 단단하게 조성하는 저 육교의 상판에는 KTX의 역사가 지어질 거란다. 불과 몇년 전에만 해도 한산하던 시골 마을에 북새통이 터진거다. 덕분에 땅값이 천정부지라니 온, 진작에 이 동네 빈집이나 차지하고 농사나 짓지. 

기존의 철로대신 새롭게 건설하게 되는 서울행 KTX 철로와 역사. 마을 사람들은 날보고 투기꾼 내지 복덕방 땅장사 쯤으로 보는 눈치다.

같이 간 복부인께선 지금 아들녀석 장가 보낼 궁리로 부산한데... 

 이 마을 신창슈퍼의 주인은 조씨 효성왕족의 종손이다.

 한때 효성그룹의 멤버였다가 조홍제 회장님의 명에 의해 귀향하여 지금까지 고향을 지키고 있는 순수 토박이다.

순박하고 구수한 입담으로 담소하다 나이를 물었더니 예상 한대로 갑장이란다. 친구여! 이제 우리는 좋은시절 다 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