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 이윤학
둥근 소나무 위에 꼽혀 있는 칼 두툼한 도마에게도 입이 있었다. 악을 쓰며 조용히 다물고 있는 입 빈틈없는 입의 힘이 칼을 물고 있었다.
생선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고 오는 칼. 목을 치고 몸을 토막내고 꼬리를 치고, 지느러미를 다듬고 오는 칼.
그 순간마다 소나무 몸통은 날이 상하지 않도록 칼을 받아 주는 것이었다.
토막 난 생선들에게 접시나 쟁반 역할을 하는 도마. 둥글게 파여 품이 되는 도마. 칼에게 모든 걸 맞추려는 도마. 나이테를 잘게 끊어 버리는 도마.
일을 마친 생선가게 여자는 세제를 풀어 도마 위를 문질러 닦고 있었다.
칼은 엎어놓은 도마 위에 툭 튀어나온 배를 내놓고 차갑고 뻣뻣하게 누워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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