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다시보기

유령산책/김언

시치 2010. 11. 21. 21:03

유령산책/김언

 

 

  이 시간이면 그 도시도 전혀 다른 새벽을 보여준다.
  나의 발걸음도 수상하다. 아무도 없을 때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그의 눈에 띄면서 나는 드디어 사람이 되었다.
 
  직전의 영혼은 모두 유령이었다.
  누가 발견하기 전 나의 걸음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나의 보행과 나의 생각과 나의 입김이 그의 눈에서 순간 빛나고
  나는 놀란다. 사람이 된 것이다. 아무도 없을 때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에도 없는 나의 보행이 걸어가면서
  그를 본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를.
  한 사람의 윤곽과 어렴풋한 입김을
  그 생각을.
 
  멀리서 나를 발견한 그는 가까스로 유령에서 빠져나왔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고 있다. 직전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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