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훑듯 /김영승
뱀을 잡아
껍질을 벗겨본 적이 있는데 뱀을 들고
한 손으로 훑어 내리면
뱀은 그 갈빗대 같은 등뼈가 으스러져
늘어진다 한 손으로 들고
한 손으로 몇 번 쫙쫙
훑어 내리면
뱀은 축 늘어지는 것이다
나의 달리기는
뱀 훑기
수평의 길을 수직으로 세워
한 손으로 훑으며
나는 달린다 길은
내 손에 축
늘어지고
나는 그 길
껍질을 벗긴다
조심하라 여인이여
나는 너를
훑어 내릴 수 있다 가까이
오지 마라 敵들이여
그 모든 僞善과
非理의 기생충들이여
보아 왕뱀도
아나콘다도
나는 훑어 내린다 뱀 훑듯
내가
내 그림자를 훑는다
이
작열하는 폭염에
流汗의 長江을!
폭포를!
—《문학청춘》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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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 / 1959년 인천 출생.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졸업.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반성』『車에 실려가는 車』『아름다운 폐인』『몸 하나의 사랑』『권태』『화창』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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