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다시보기

뱀 훑듯 /김영승

시치 2010. 9. 26. 01:05

뱀 훑듯 /김영승

 

 

 

뱀을 잡아

껍질을 벗겨본 적이 있는데 뱀을 들고

한 손으로 훑어 내리면

뱀은 그 갈빗대 같은 등뼈가 으스러져

늘어진다 한 손으로 들고

한 손으로 몇 번 쫙쫙

훑어 내리면

뱀은 축 늘어지는 것이다

 

나의 달리기는

뱀 훑기

 

수평의 길을 수직으로 세워

한 손으로 훑으며

나는 달린다 길은

 

내 손에 축

늘어지고

 

나는 그 길

껍질을 벗긴다

 

조심하라 여인이여

나는 너를

훑어 내릴 수 있다 가까이

 

오지 마라 敵들이여

그 모든 僞善과

 

非理의 기생충들이여

 

보아 왕뱀도

아나콘다도

나는 훑어 내린다 뱀 훑듯

 

내가

내 그림자를 훑는다

 

작열하는 폭염에

流汗의 長江을!

폭포를!

 

 

                                 —《문학청춘》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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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 / 1959년 인천 출생.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졸업.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반성』『車에 실려가는 車』『아름다운 폐인』『몸 하나의 사랑』『권태』『화창』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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