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마음으로 구경하는가?〈76〉남양혜충 국사 ④ |
몸도 마음도 텅 비어 공하다
忠國師 因肅宗帝 請看戱 師云 有甚身心看戱 帝再請 師云 幸自好戱
![]() 남양혜충 국사에게 숙종 임금이 희극을 같이 보자고 청하였다.
혜충 국사가 말하였다.
“어떤 몸과 어떤 마음이 있어서 희극을 보십니까?”
숙종 임금이 다시 청하였다.
혜충 국사가 말하였다.
“희극 보시기를 몹시 좋아하시는 군요.”
해설 : 아마 숙종 임금은 희극 보기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큰스님이 세상의 궁중에 오셨으니 희극이라도 보시면서 인간다운 즐거움을 조금은 누리시다 산으로 올라가시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임금은 재차 권하였지만 혜충 국사의 마음에는 이미 희극도 비극도 사라진지가 오래다. 몸도 마음도 텅 비어 공하다. 그런데 스님의 마음에 무슨 세상의 희극이 있으며, 희극이 설사 있다한들 그 희극을 볼 사람마저 없어진 터에 무엇으로 본단 말인가? 앞에서, “없음이 곧 부처요, 부처는 곧 없음이다”라고 한 내용과 관련이 있어서 <혜충국사어록>에서 인용하였다.
‘생멸(生滅)과 불생멸(不生滅) 1’
忠國師 問僧近離甚處 云南方 師云南方知識 以何法示人 云南方知識 只道 一朝 風火散後 如蛇退皮 如龍換骨 本爾眞性 宛然不壞 師云 苦哉苦哉 南方知識 說法 半生半滅 半不生滅
남양혜충 국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요즘 어느 곳을 떠나왔는가?”
“남방입니다.”
“남방의 선지식들은 무슨 법으로써 사람들을 가르치는가?”
“남방의 선지식들은 다만 ‘하루아침에 바람기운과 불기운이 흩어지고 나면 마치 뱀이 허물을 벗는 것과 같으며, 용이 뼈를 바꾸는 것과 같아서 본래의 참 성품은 완연하여 흩어지지 않는다’라고 말 할뿐입니다.”
“안 됐다. 안 됐다. 남방의 선지식들의 설법은 반은 생하고 반은 멸하며 반은 불생멸이로다.”
마음은 과연 영원히 존재하나
실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 요구 해설 : 남방에서 온 어떤 스님이 혜충 국사를 뵙고 나눈 대화다. 스님들은 해제를 하고나서 행각(行脚)을 다니다가 사찰의 객실에서 서로 만나면 각자가 살던 곳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같이 수행한 대중들의 숫자와 그 사찰의 가풍과 수용과 공부에 관한 일들을 자세히 듣게 된다. 하루 이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기가 투합하면 또 새로운 도반이 되어 다른 사찰을 찾아 함께 만행을 하게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스님은 혜충 국사를 찾아왔으니 무엇보다 법에 대한 안목과 지견을 논하게 된 광경이다.
찾아 온 스님의 견해에 의하면 남방의 선지식들은 “사람이 죽은 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진 이 육신이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본래 있는 참 성품만 흩어지거나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영원히 존재한다”고 가르친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혜충 국사는 그것은 크게 잘못된 소견이라고 하시면서 “남방의 선지식들의 견해는 반은 생멸하고 반은 생멸하지 않는다”라고 평하였다.
불교를 공부한 많은 사람들은 남방의 선지식들처럼 육신은 죽은 뒤에 소멸하지만 마음자리는 불생불멸하는 것이어서 영원히 존재한다고 알고 있다. 불교의 경전이나 어록에도 실은 그와 같은 내용이 대단히 많다. 그런데 육신은 과연 소멸하고 마는 것인가? 마음은 과연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인가? 혜충 국사의 짧은 한마디의 평은 그것은 잘못된 견해라는 것이다. 불교를 이해하고 마음과 육신과 그리고 모든 존재의 실상을 바로 이해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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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염화실
글쓴이 : 文殊法供養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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