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외 1편)
김기택
목이 힘껏
천장에 매달아놓은 넥타이를 잡아당긴다
공중에 들린 발바닥이 날개처럼 세차게 파닥거린다
목뼈가 으스러지도록 넥타이가 목을 껴안는다
목이 제 안에 깊숙이 넥타이를 잡아당긴다
넥타이에 괄약근이 생긴다
발버둥 치는 몸무게가 넥타이로 그네를 탄다
다리가 차낸 허공이 빙빙 돈다
몸무게가 발버둥을 남김없이 삼키는 동안
막힌 숨을 구역질하던 입에서 긴 혀가 빠져나온다
벌어진 입이 붉은 넥타이를 게운다
수십 년 동안 목에 맸던 모든 넥타이를 꾸역꾸역 게운다
게워도 게워도 넥타이는 그치지 않는다
바닥과 발끝 사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줄어들지 않던 한 뼘의 허공이
사람을 맨 넥타이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키스
처음 네 입술이 열리고 내 혀가 네 입에 달리는 순간
혀만 남고 내 몸이 다 녹아버리는 순간
내 안에 들어온 혀가 식도를 지나 발가락 끝에 닿는 순간
열 개의 발가락이 한꺼번에 발기하는 순간
눈 달린 촉감이 살갗에 오톨도톨 돋아 오르는 순간
여태껏 내 안에 두고도 몰랐던 살을 처음 발견하는 순간
뜨거움과 질척거림과 스며듦이 나의 전부인 순간
두 몸이 하나의 살갗으로 덮여 있는 순간
두 몸이 하나의 살이 되어 구분되지 않는 순간
네가 나의 심장으로 펄덕펄떡 뛰는 순간
내가 너의 허파로 숨 쉬는 순간
내 배 안에서 네가 발길질을 하는 순간
아직 다 태어나지 못한 내가 조금 더 태어나는 순간
출처 : 시인과 두레박
글쓴이 : 명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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