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기원하며 ..
백령도 앞바다에서 반토막 난 천안함 사건으로 온 나라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하루하루 슬픔과 분노와 충격의 폭풍이 나라를 뒤덮고, 날마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수많은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국회를 열어 긴급 현안 질의를 벌였지만 진실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쌓여 있습니다.
오늘 열린 국회에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내부 폭발과 암초 충돌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답했습니다. 포탄은 발포되지 않으면 안전장치가 풀리지 않으며, 유류 사고의 가능성도 거의 없고, 사고 지점에는 암초가 없으며, 암초와 충돌해서 배가 두 동강 난 사례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함정이 낡아서 '피로 파괴'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지난 2월의 정비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고, 지금까지 '피로 파괴'된 함정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럼 외부폭발 가능성이 남는데 기뢰와 어뢰를 비교하자면 우선 천안함의 절단면이 C자형인 걸 봐서 어뢰 폭발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연계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는 애매한 답으로 혼란을 키웠습니다.
속초함이 새떼를 오인사격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레이더에 잡힌 미확인 이동목표를 사격했다는 것이고,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이나 교신일지 등을 전면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군의 작전활동을 적에게 노출키기 때문에 부분 공개할 수밖에 없으며, 함미의 발견이나 구조함의 도착이 늦었고 구조 장비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결국 우리 군은 천암함이 왜 반토막이 났는지 아직 모르지만 초기 대처도 잘했고, 구조작업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토록 공개하라고 아우성인 생존자들의 '증언'이나 '교신일지'를 철저한 보안 속에서 분석한지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원인을 밝히지 못하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변합니다.
그런데 왜 군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국민들 가슴에는 분노와 슬픔의 쓰나미가 몰려 올까요?
젊은 해군 병사 46명의 실종 때문입니다. 새파란 젊은 생명들이 바닷속에 수장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 각 한 각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서 울부짖는 가족들의 고통을 온 국민이 함께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군 전우로 알려진 김덕규씨가 지난 3월 29일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이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폭풍우 이는 차가운 해저에서 희미하게 꺼져가는 전우들의 생환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절규하는 그의 외침은 저마저도 울리고 말았습니다.
[전문]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 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772함 나와라
유도조정실 안경환 중사 나오라 보수공작실 박경수 중사 대답하라 후타실 이용상 병장 응답하라
거치른 물살 헤치고 바다위로 부상(浮上)하라 온 힘을 다하며 우리 곁으로 돌아오라.
772함 나와라
기관조정실 장철희 이병 대답하라 사병식당 이창기 원사 응답하라
우리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 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대한민국을 보우(保佑)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아직도 작전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772함 수병을 구원(救援)하소서
우리 마흔 여섯 명의 대한(大韓)의 아들들을 차가운 해저(海底)에 외롭게 두지 마시고 온 국민이 기다리는 따듯한 집으로 생환(生還)시켜 주소서 부디 그렇게 해 주소서. |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경주남산 용장계삼륜대좌불좌상 (0) | 2010.09.25 |
---|---|
[스크랩] 경주남산 약수골 답사 자료 사진 (0) | 2010.09.25 |
계영배~ (과유불급)| (0) | 2010.02.18 |
제1회 천강문학상 수상자 (0) | 2009.10.18 |
제3회(2008)지리산문학상 시상식-수상자:김왕노 (0) | 2009.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