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먼저 와서
- 류인서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눈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 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시집『여우』문학동네 2009
- 경북 영천 출생, 대구에서 성장.
2001년『시와시학』신인상 등단.
시집<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출처 : 폴래폴래
글쓴이 : 폴래폴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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