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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제신문 2010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찔레의 방/오영민

시치 2010. 1. 20. 01:04

[2010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오영민
찔레의 방

병원 문을 나서다 하늘 올려다 본다

아기인 듯 품에 안긴 찔레 같은 어머니

기억의 매듭을 풀며 꽃잎 툭툭, 떨어지고


잔가시 오래도록 명치끝 겨누면서

수액 빠진 몸뚱이로 물구나무 서보라며

먼 바다 어느 끝으로 내몰리는 나를 본다


파도 끝 수평선은 붉은 줄 내리 긋고

굽 닳은 하루해가 출렁이다 멈춰 선 곳

익명의 불빛이 와서 꽃잎으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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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정체성을 품격 높은 시조로 잘 살려

 
 
 
400여 편의 많은 응모작도 근래에 보기 드문 양이려니와 작품들의 질적 수준 또한 하나같이 만만치 않아 최종심 몇 편을 고르는 일조차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 시조의 멋과 맛을 동시에 지니면서 시대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통찰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눈 밖에 나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 세네갈이란 나라 있지', '수련은 수련 중이다' 그리고 오영민의 '찔레의 방', '구두' 가 결심에 올랐다.

'눈 밖에 나다'는 서편제에 등장하는 주인공 '송화'의 삶이라는 설화적 모티브가, ' 아프리카 대륙 서쪽 세네갈이란 나라 있지'라는 작품은 시공(時空)을 뛰어넘는 인류애가 돋보였지만 시조의 품격과 치열한 시정신이 아쉬웠다.

선자들의 시선을 끝까지 붙든 작품이 '수련은 수련 중이다'와 오영민의 '찔레의 방'이었다. 시어를 갈고 닦는 솜씨와 이미지를 빚어내는 기교가 둘 다 탁월했지만 수련의 개화 장면을 '환상의 발레리나'로, 자연친화적 장면을 '환상의 세레나데'라고 읊은 상투성이 눈에 거슬렸다. 오영민의 '찔레의 방'은 팽팽한 시적 긴장 속에서 파편화의 길을 가는 현대인의 현실적 고뇌를 집요하게 시조화한 점이 빼어나다. 특히 운명에 무덤덤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답지 못한 현대인의 정체를 암시와 상징으로 냉철히 응시한 점이 새롭다. 대성을 빈다.

본심위원 이우걸 전일희(이상 시조시인)

 

 

 

 

[2010 신춘문예] 시조 당선소감
모든 분들이 달아주신 이 아름다운 날개

 
  오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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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살았었다. 습관처럼 서점에 들러 시집을 사던 버릇을 고치고 난 후, 모두 잊고 있었다.

다시 펜을 들었을 때는 서른을 훌쩍 넘긴 적지 않은 나이였고, 남편도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꿈은 잠시 숨어있다 다시 고개를 쑤욱 내밀어 내 앞을 서성이며 조롱하듯 글을 쓰게 만들었고, 나는 신기하게도 시조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들이 내겐 많았었기에, 당선전화를 받고서도 나의 눈물은 서러웠는지 한참을 멈추지 않았다. 당선 전화를 받던 날은 생일이 이틀 지난 오후였다. 세상에 그렇게 멋지고 화려한 선물이 또 있을까. 온전하게 내 몫으로 다가온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다.

아직 덜 여문 열매에 단비를 내려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이 멋진 날개를 달기위해 허둥거리던 지난 몇 해 내게 달디 단 가르침을 주신 이승현 시인님. 변현상 시인님. 서정택 시인님. 그리고 인터넷 문학클럽 시로 여는 이-좋은 세상의 회원님들과 권갑하 시인님 께 감사드린다.

신춘을 준비하면서 몇 달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내로 만들어 달라고 했던 약속을 지켜준 남편에게도 감사하며, 저의 당선작 속 주인공이신 어머님께도 이 기쁨을 전하고 싶다.

모든 분들이 달아주신 이 예쁜 날개에 절대 흉터가 남지 않는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해 보며, 오늘의 기쁨이 자만이 되지 않도록 다시 나를 다듬어 본다.

〈약력〉 ▷1972년 경남 창원 출생 ▷인터넷 문학클럽 '시로 여는 이-좋은 세상' 부설 현대시조 아카데미에서 시조공부를 함

 

출처 : 시조사랑
글쓴이 : 산호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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